대한민국 과학자, 우장춘 송성수  (Homepage) 2009-08-18(화) 14:27:43, 4087

이번 주 금요일(8월 21일)에 부산일보 과학칼럼에 게재될 글입니다. ---------------- 지난 8월 10일은 우장춘 박사가 타개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2003년부터 구축된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http://www.kast.or.kr/HALL/)에 헌정되어 있다. 우장춘은 부산과도 인연이 깊은 과학자이다. 그가 활동했던 주요 무대가 당시 경상남도 동래군에 있었던 원예시험장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에는 우장춘 기념관도 있고 우장춘로로 명명된 도로도 있다. 우장춘은 1898년에 일본에서 태어났고 계속해서 일본에 살다가 1950년에 조국인 한국으로 귀국한 인물이다. 그는 1919년에 도쿄제국대학 농실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농림성 산하의 농사시험장에서 일했으며,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1936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장춘이 박사학위를 받은 후 기수에서 기사로 승진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일본 정부는 우장춘이 농업시험장을 그만두기로 하자 퇴직 하루 전에 위로 차원에서 기사 임명장을 주었을 뿐이다. 우장춘은 씨 없는 수박으로도 유명하다. 씨 없는 수박은 우장춘이 아니라 일본의 기하라 히또시에 의해 1943년에 처음 개발되었다. 우장춘이 1953년에 씨 없는 수박을 시험적으로 재배한 것은 과학적 영농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종묘업자들이 새로운 채소 씨앗을 많이 팔기 위한 묘책으로 우장춘의 씨 없는 수박을 이용했던 것이다. 사실 우장춘은 씨 없는 수박에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연구성과를 낸 유전육종학자이다. 당시 생물학계에서는 서로 다른 종을 합성하여 새로운 종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못하고 있었다. 우장춘은 배추과를 실험재료로 사용하여 염색체 구성과 분열을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세밀히 분석함으로써 종의 합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유채는 배추와 양배추의 염색체가 합쳐져서 생기고, 갓과 에티오피아겨자도 마찬가지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장춘의 트라이앵글”(U's Triangle)로 불리며 지금도 종의 합성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로 간주되고 있다. 이처럼 학문적 연구에 치중했던 우장춘은 조국에 돌아온 후 한국의 실정과 요구에 맞는 연구를 추진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과 일본의 과학 수준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우장춘은 일본에서 수준 높은 과학연구를 추구해 온 만큼 한국과 같이 낙후된 지역에서 과학활동을 펼치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장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가 아닌 한국에서 필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매진하였다. 우장춘은 짧은 기간 동안에 선진적인 육종기술을 한국에 정착시키고 우량종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그는 꽃가루받이가 아예 안 되거나 꽃가루가 나오지 않는 성질을 활용하여 우수한 1대 잡종을 만드는 방법을 확립하였다. 그 결과 한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빨리 1대 잡종의 시대에 들어섰으며, 배추, 양파, 양배추 등에서 우수한 채소종자를 생산할 수 있었다. 강원도 씨감자와 제주도 감귤도 우장춘에 의해 재배법이 마련된 바 있다. 이러한 과학활동을 전개하면서 우장춘은 제자들을 키우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북대 김근배 교수는 우장춘이 제시했거나 그를 본보기로 삼아 연구활동, 생활방식, 가치관 등을 장기간 공유한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를 “장춘학파”라 부르고 있다. 이처럼 우장춘은 대한한국의 과학자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한 가지 본보기를 보여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에만 목을 매달뿐 국내의 현실을 감안한 연구는 소홀히 하는 풍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과학 선진국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함께 지역적 요구를 반영하는 업적이 공존해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프랑스의 대표적인 과학자인 파스퇴르가 지적했듯이,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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