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의 사회학 송성수  (Homepage) 2009-10-20(화) 10:10:22, 3429

이번 주 금요일(10월 23일)에 부산일보 과학칼럼에 게재될 글입니다. ---------------- 매년 10월은 노벨상 시즌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상 수상자들의 명단과 업적이 언론매체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노벨상은 1901년부터 수여되었으며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에 시상식이 열린다. 처음에는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의 5개 부문으로 구성되었는데, 1969년부터는 경제학상이 추가되었다. 이처럼 노벨상을 주로 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수상되고 있다. 노벨과학상은 다른 어떤 상보다도 국제적인 명성과 권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100년이 넘은 기간 동안 위대한 과학자들이 거의 대부분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인물들이 계속해서 노벨과학상을 수상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의 과학자들도 노벨상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노벨상이 개방성을 유지해 왔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다. 노벨상위원회는 처음부터 국적과 상관없이 창의적이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한 과학자에게 상을 수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로 노벨상위원회는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에서 정보를 구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고 있다. 노벨과학상 수상을 매개로 과학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벨재단은 단순한 시상식을 넘어 노벨주간(Nobel Week)을 설정하여 노벨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노벨주간은 수상자 도착, 기자회견, 환영회, 시상식과 만찬, 상금 수여, 대중강연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구성된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일반 대중도 노벨상을 인지하게 되고 과학의 내용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노벨과학상에도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수상자 선정의 공정성은 가장 큰 논란이 되어온 문제이다. 초기 노벨화학상 수상자 중에는 물리화학 분야의 과학자가 많았는데, 그것은 노벨상위원회의 위원이었던 아레니우스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노벨물리학상에서는 상당한 기간 동안 실험물리학에 대한 공헌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이 아닌 광전효과로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1976년까지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여성 과학자의 경우에는 훌륭한 업적을 내고도 노벨상을 받지 못하거나 뒤늦게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노벨과학상의 수상 분야에도 문제가 있다. 노벨과학상은 물리, 화학, 생리의학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과학 분야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수학에서는 필즈상(Fields Medal)이, 공학에서는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상(Charles Stark Draper Prize)이 만들어졌다. 스웨덴 과학아카데미는 1982년부터 노벨과학상에서 제외된 분야를 배려하여 크라포드상(Crafoord Prize)을 별도로 시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들이 노벨상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죽은 사람에게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문제가 된다. 그것은 노벨상이 최고의 과학자 모두에게 수여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 또한 노벨과학상은 개인에 대한 수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수상자의 수를 3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점점 공동연구나 집단연구가 보편화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소수의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노벨과학상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수상자 선정에는 과학적 요소와 함께 사회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노벨과학상 수상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에도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물론 연구성과를 홍보할 수 있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하며, 더 나아가 한국 사람이 노벨과학상 후보 추천권자에 포함되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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