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화의 비밀 송성수  (Homepage) 2009-11-18(수) 14:45:38, 3420

이번 주 금요일(11월 20일)에 부산일보 과학칼럼에 게재될 글입니다. ----------------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기술발전을 선도해 온 기업들이 속속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 있다. 올해에는 삼성전자가, 작년에는 포스코가, 재작년에는 현대자동차가 창립 40주년을 맞이했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상의 세 기업들은 모두 창립 당시에는 해당 업종에서 최고가 아니었다. 영원한 강자도 없고 영원한 약자도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듯싶다. 그 중에서 삼성전자는 우리 국민들에게 반도체를 친숙하게 해 준 기업이다. 반도체는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에 해당하는 물질로서 외부의 조건에 따라 그 특성이 민감히 변화하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와 기능이 특별하게 설계된 비(非)메모리 반도체로 분류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분야는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이 성장해 온 과정은 매우 극적이어서 “신화”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1960년대 중반에 시작된 후 1980년대 이후에 D램을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하였다. 특히, 삼성은 64K D램에서 시작하여 선진국을 급속히 추격한 후 64M D램 이후에는 세계를 주도하는 반도체업체로 부상하였다. 삼성은 1992년부터 D램에서, 1993년부터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1998년부터 D램에서 세계 1위, 2000년부터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해외 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10년이 지난 후에는 생산량은 물론 기술수준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첫 번째 요인으로는 기술경로의 적절한 선택을 들 수 있다. 삼성은 주력 생산품목, 생산라인의 크기, 기술개발의 방식 등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최단 시일 내에 기술발전의 주류에 동참함으로써 선진업체들을 급속히 추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과감하게 폐기하는 조치도 서슴지 않았다. 만약 삼성이 기술경로에 대한 의사결정을 적절히 하지 않았더라면 단기간 내에 세계적인 선도기업으로 부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병렬적 개발시스템”(concurrent development system)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신제품의 개발과 생산라인의 건설을 병렬적으로 추진하는 것, 한국의 본사와 미국의 현지법인이 동일한 제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것,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의 신제품개발사업을 진행시키는 것, 두 세대의 반도체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삼성은 기술개발이나 시장진입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 보다 우수한 제품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요인은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은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하여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급여를 주었으며 재산관리를 담당하는 별도의 팀을 운영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나중에 임원진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이공계 출신을 중심으로 임원진을 구성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창출해 왔다. 이윤우, 진대제, 황창규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도 많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메모리 분야에 과도하게 편중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내외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 비중이 80%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반도체 재료와 장비를 과도하게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지만 이에 필요한 재료와 장비는 30～50% 정도를 외국에서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몇몇 부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0년 뒤 우리나라 반도체의 모습은 어떠할까?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기억되는 것과 잊혀지는 것
다음글 :	노벨과학상의 사회학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