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3부작에서 <침묵의 봄>으로, 레이첼 카슨 송성수  (Homepage) 2011-02-06(일) 14:14:54, 4232

<위대한 여성 과학자들>이라는 조그만 책이 2011년 1월에 살림지식총서로 발간되었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 여성 과학자의 대명사, 마리 퀴리 핵분열을 발견한 유대인 여성, 리제 마이트너 어머니의 뒤를 이어, 이렌 퀴리 옥수수와 교감한 유전학자, 바바라 매클린톡 봄이 침묵하는 까닭은?, 레이첼 카슨 결정학의 어머니, 도로시 호지킨 DNA의 다크 레이디, 로잘린드 프랭클린 이 중에서 레이철 카슨에 대한 글을 옮겨 봅니다. -------------------------------------------------------- 영문학에서 생물학으로 과학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과학적 성과가 전쟁에서 사용되는가 하면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류가 과학의 부정적인 측면을 심각하게 깨닫기 시작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전쟁이나 핵무기에 반대하는 운동이나 자연환경의 보존을 촉구하는 운동은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진 후에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특히, 환경운동의 경우에는 “환경운동의 어머니”라 불리는 레이첼 카슨(Rachel L. Carson, 1907～1964)의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카슨은 1907년에 미국 펜실바니아 주의 스프링데일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여러 사업에 손을 대었지만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장로교 목사의 딸로서 고등교육을 받았고 결혼 전에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카슨은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독서를 좋아했으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정신적으로 조숙했다. 무엇보다도 두 모녀는 자연 세계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항상 자연 세계에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다소 경건한 아이로서 많은 시간을 숲과 냇물 가에서 보내면서 새, 곤충, 꽃을 배웠지요.” 학창 시절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카슨은 1925년에 장학금을 받아 펜실바니아 여자대학에 진학하였다. 집필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영문학을 전공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3학년 때 그녀는 매혹적인 교수 스킨커(Mary S. Skinker)의 생물학 강의를 들으면서 전공을 바꾸었다. “나는 항상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나 집필을 위해서는 부족한 상상력을 메워야 했지요.” 그녀에게 생물학은 글쓰기의 풍부한 소재를 제공할 수 있었다. 카슨이 “대학당국은 여성 과학 전공자가 없기를 바랬다”고 회고할 정도로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과학과 여성이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스킨커 교수의 도움에 힘입어 생물학 전공으로 대학을 당당히 졸업하였고, 장학금을 받아 존스 홉킨스 대학의 대학원 과정에 진학할 수 있었다. 거기서 그녀는 새로운 유전학 지식을 습득하면서 동물학 전공으로 1932년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준비하는 동안 그녀는 우즈 홀의 해양생물학 연구소(Marine Biological Laboratory)에서 1년 남짓 일했는데, 거기서 그녀는 이후에 자신이 오랫동안 다루게 될 해양생물을 연구할 수 있었다. 바다 3부작의 출간 그러나 학위 취득의 기쁨은 잠깐이었다. 1년 간격으로 아버지와 결혼한 언니가 죽었고, 카슨과 어머니는 언니의 두 딸을 양육하게 되었다. 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자 카슨은 직장을 수소문하였다. 다행히도 그녀는 생물학자 허긴스(Elmer Huggins)의 도움으로 1936년에 워싱턴의 미국 어업국(Bureau of Fisheries)에 연구원으로 취직할 수 있었다. 그 곳에는 여성 직원이 두 명 있었는데, 한 명은 사무원이었고 한 명은 카슨이었다. 카슨은 해양 생물에 대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원고를 작성하는 일을 맡았다. 그녀가 1937년에 작성한 해양생태에 관한 첫 번째 에세이인 “해저”(Undersea)를 <월간 아틀란틱>(Atlantic Monthly)에 실리는 영광을 누렸다. 그 글을 읽은 한 출판사편집인이 카슨에게 그것을 책으로 확장하여 발간할 것을 권유하였고 그 결과 1941년에 <해풍 아래서>(Under the Sea­Wind)가 출판되었다. 비평가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카슨의 첫 번째 책은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 출판된 지 6년 동안 그 책은 단지 1,600부만이 팔렸다. 그 책은 카슨이 유명해진 이후에 다시 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생물학자이자 문필가로서의 재질을 인정받은 카슨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어업국이 어류 및 야생생물청(Fish and Wildlife Service)으로 확대․개편되면서, 홍보를 담당하는 직책에 보임되었고 이후에는 편집장으로 승진하였다. 그녀의 동료에 의하면, “카슨은 정부 기관의 관료적인 절차와 편집 관행에 감각과 흥미를 불어넣는 기막힌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전쟁 후에 그녀는 현장 실사를 바탕으로 미국의 수렵금지 지대에 대한 12권의 안내 책자를 쓰고 편집했는데, 그것은 “정부 간행물의 새로운 표준”으로 평가받았다.   가족들의 생계를 담당해야 했던 카슨은 퇴근 후의 시간과 휴가 기간에도 글을 써서 돈벌이를 해야 했다. 1951년에 그녀는 여러 잡지에 연재한 글들을 손질하여 그녀의 두 번째 책인 <우리를 둘러싼 바다>(The Sea Around Us)로 출간하였다. 이 책은 첫 번째 책과는 달리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 책은 무려 86주 동안이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뉴욕 타임즈>가 선정하는 전국 도서상을 수상하였으며, 나중에는 32개 언어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카슨은 유명한 공인이 되었고 팬레터도 쏟아졌다. 그러나 그녀는 독창적인 작품을 내지 못하는 신세를 늘 한탄하였다. “나에게 이상적인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전문 작가의 길을 택하겠다.” 드디어 카슨에게도 기회가 왔다. 구겐하임 재단으로부터 1년간의 지원금을 받았던 것이다. 그녀는 직장을 그만 두고 메인 주의 해변에 오두막집을 지어 집필에 몰두하였다. 이 때 나온 작품이 1955년에 출판된 <바다의 가장자리>(Edge of the Sea)인데, 그 책에서 그녀는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 소홀히 했던 바닷가 생물의 자연사를  다루었다. 서문에서 그녀는 그 책의 목적이 “바다를 감상의 차원이 아니라 삶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데” 있으며, “생태학적 개념이 책 전체를 지배할 것이다”고 밝혔다. 항상 자연을 자신의 생활 속에서 느끼고 연구해온 카슨은 생태학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 책으로 카슨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상을 받았고 “대중을 위한 과학자”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다. 조카 한 명이 죽고 어머니의 노쇠 현상이 뚜렷해지자 카슨은 1957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 카슨은 나머지 한명의 조카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에 의하면, “그 시기는 어린 아이의 감각에 대해서 깊이 체험하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그녀는 어린 시절이 아니면 감수성과 상상력이 발달할 수 있는 기회가 제약된다는 점을 실감하였다. 이 때 그녀는 “당신의 자녀가 놀라도록 도와주시오”(Help Your Child to Wonder)라는 글을 썼는데, 그것은 카슨이 죽은 후에 <경이의 감각>(The Sense of Wonder)으로 출간되었다. 살충제 남용을 고발하다 1957년을 계기로 카슨의 관심사도 서서히 바뀌었다. 그녀는 해양의 자연사에 관한 연구에서 방향을 바꾸어 살충제에 관한 문제에 대하여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지 시작하였다. 그녀는 어류 및 야생생물청에서 근무하는 동안에 이미 해양 어류에 잔존해 있는 DDT에 관한 글을 읽고 살충제의 오염을 염려한 바 있었다. 1945년 7월에 그녀는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DDT와 같은 살충제의 남용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글을 쓰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제안은 잡지사에 의해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DDT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기업들이 DDT 사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막았던 것이다. 1950년대 말 미국에서는 살충제의 공중 살포와 관련된 몇몇 사건이 발생하였다. 1957년과 1958년에 미국 농무부는 1920년대 이후에 남부 미국에서 서식하고 있었던 남아메리카 불개미를 없애기 위하여 살충제를 쓰려고 했다. 불개미는 인간에게 그다지 큰 피해도 주지 않았고, 경제적 활동을 크게 방해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농무부는 DDT보다 독성이 40배나 강한 디엘드린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하였다. 몇몇 생물학자들은 살충제가 살포된 지역에서 몸집이 큰 야생동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하였다. 농무부는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환경보호론자들은 살충제 살포 계획을 당장 그만두라고 강하게 요구하였다. 또한, 1957년 여름에 메사추세츠 주정부는 “모기 통제 프로그램”을 내걸고 북부 해안 지역의 모기를 죽이기 위하여 DDT를 대량으로 뿌렸다. 이 살충제는 바람을 타고 인근 마을로 퍼져 나갔다. 유감스럽게도 DDT로 인해서 모기는 박멸되지 않았고, 오히려 새, 방아깨비, 벌과 같은 해로움이 없는 동물들이 마구 죽어나갔다. 이에 카슨의 오랜 친구이자 조류학자였던 허킨스(Olga O. Huckins)는 주정부에 항의하였다. 그러나, 주정부 당국은 DDT가 인간에게 살포해도 피해가 없을 정도로 아주 안전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을 믿을 수 없었던 허킨스는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1958년에 <헤럴드>라는 잡지에 편지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허킨스는 1958년 1월에 그 편지를 카슨에게 보여 주었다. 이전부터 살충제 남용에 관한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던 카슨은 친구의 편지를 받고 “그동안 방치해 두었던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겠다”고 결심하였다. 카슨은 “자연 속에는 어떠한 것도 홀로 존재하지 못 한다”는 굳은 신념을 다지고 있었고, “내가 침묵한다면 나는 어떤 평화도 누릴 수 없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해양생물에 대한 다른 책을 집필할 계획을 가졌지만, 그것을 미련 없이 포기하였다. 카슨은 책을 쓰기 전에 4년 동안 미국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피해자와 과학자의 의견을 수집하였다. 카슨의 연구 결과는 1962년 9월 27일에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라는 책으로 발간되었다. 이 책의 요약본은 책이 출판되기 전인 6월 16일에 <뉴욕커>(New Yorker)에 연재되었다. 그 기사가 나오자마자 시민들과 몇몇 과학자들은 카슨의 글을 열렬히 환호하였다.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도 카슨의 용감한 행동에 관심을 보였다. 같은 해 7월에 그는 자신의 과학 자문이었던 와이즈너(Jerome Weisner)에게 살충제의 사용 실태를 조사하기 위하여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에 특별 팀을 구성하도록 지시하였다. 곧 이어 케네디는 8월 29일에 있었던 기자 회견에서 카슨이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서 좀더 철저히 조사할 것을 다짐하였다. 카슨의 경고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은 카슨의 책이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지게 하였다.   그러나, 카슨이 살충제의 좋지 않은 측면만을 과도하게 부각시켰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농무부의 관료들은 카슨의 공격에 대하여 아주 분개했으며, 농무부 장관을 지냈던 어떤 사람은 카슨이 아마 공산주의자일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살충제를 생산하는 기업체들도 카슨의 주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편파적인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급기야 8월 초에 살충제 제조 회사 벨시콜(Velsicol)은 만약 카슨의 책을 출판할 경우에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출판사로 보냈다. 몇몇 과학자들은 석사 학위밖에 없는 카슨이 자신들도 아직 완전히 합의하지 못한 내용을 일반인을 상대로 선전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러한 논란으로 <뉴욕 타임즈>의 머리기사처럼 “이제 침묵의 봄은 시끄러운 여름이 되었다.” <침묵의 봄>과 그 영향 카슨의 <침묵의 봄>은 이전의 책에 비해 고발의 성격이 짙다. 카슨은 이 책에서 “만약 우리가 현재의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느끼지 못한다면 미래의 지구에 어떤 사태가 닥쳐올지 모른다”고 경고하였다. 탁월한 저술가답게 카슨은 자신의 책을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옛날 한 때 미국의 어느 산간지방에 생명력을 지닌 모든 사물들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잘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었다. … 그런데 웬일인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한 그림자가 이 마을을 덮으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 이 마을은 어떤 나쁜 마술적 주문에 걸린 것 같았다. 병아리 떼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렸고, 소나 양들이 죽어갔다. 사방이 죽음의 장막으로 덮여졌다. … 그리하여 자연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조용해 졌다. 그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날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 봄은 왔는데 침묵만이 감돌았다. … 이처럼 참혹하게 찌들어진 세계,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침묵의 세계는 어떤 마술의 장난도 아니고 적의 침입 때문도 아니며 바로 인간들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 미국이 수없이 넓은 땅에서 살아 움직이는 봄의 소리를 침묵시킨 것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파헤쳐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침묵의 봄>은 카슨의 고발정신, 과학적 지식, 문학적 재주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그녀는 그 책에서 느릅나무에게 피해를 주는 해충을 잡으려고 뿌려진 DDT가 먹이사슬을 통해 어떻게 종달새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침묵의 봄을 가져왔는가를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느릅나무에 뿌려진 DDT는 여러 곤충과 거미를 죽였다. 그 과정에서 DDT는 나뭇잎에 붙어 버렸고 가을에 떨어진 썩은 이파리를 지렁이가 먹었다. 그 중에서 살아남은 지렁이는 겨울을 넘기고 봄에 날라 온 종달새에게 먹혔다. 그 결과 DDT가 뿌려진 후 2년만에 어떤 지역에서는 400마리에 달했던 종달새가 20마리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오염 물질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생산자, 1차 소비자, 2차 소비자, 최종 소비자의 순으로 이동하며, DDT를 비롯한 몇몇 오염 물질은 분해되거나 배설되지 않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로 갈수록 축적된 오염물질의 농도가 더욱 높아져 심한 경우에는 생명을 잃기도 하는 것이다. <침묵의 봄>이 출판되자마자 미국 전역은 떠들썩하게 되었다. 1962년 가을에 이 책은 60만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정부의 살충제 살포 계획에 대한 항의 편지가 쇄도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환경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1962년 말에는 컬럼비아 방송사(Columbia Broadcasting System, CBS)가 돌아오는 봄에 카슨의 책에 대한 특별 프로그램을 방영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자 그 계획을 철회하도록 협박하는 정체불명의 편지가 CBS로 날아오는가 하면, 마지막 순간에는 몇몇 후원 기업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1963년 4월 3일 CBS의 황금시간 대에 특별 프로그램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방영되었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에 어떤 상원의원은 연방 정부의 살충제 통제 계획에 관한 의회의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1963년 5월 15일에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그 보고서는 살충제 사용의 문제점을 심하게 지적하지는 않았고, 그에 대한 과학적 판단에 있어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그 보고서는 분명히 카슨의 견해를 옹호하고 있었다. 그 날 발행된 신문 기사는 카슨의 입장이 과학자문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해서도 옹호되었다고 보도하였다. CBS의 특별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과학자문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살충제의 위험성에 관한 논쟁은 서서히 카슨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기 시작하였다. 이전에 카슨의 책을 “부정확하고 감정적인 의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했던 잡지들도 자신의 입장을 바꾸었다. 카슨의 입장이 받아들여지면서 그녀는 전 세계의 학술, 문예, 과학 단체로부터 수많은 상과 훈장을 받았다. 더 나아가 1964년에 미국 의회는 야생보호법을 제정하여 무절제한 개발로부터 자연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 나가기 시작했다. 그 때 카슨은 연방의회 청문회에 초청되어 야생보호법을 즉시 제정할 것과 보다 종합적인 환경정책을 펴 나갈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청문회에 출석할 때 카슨의 건강은 이미 많이 악화되어 있었다. 그녀는 “<침묵의 봄>의 마지막 장을 쓸 때부터 기력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으며 “기회가 나면 옛날에 살던 해변의 오두막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곤 하였다.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기 시작하더니 유방암까지 겹쳤고 급기야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게 되었다. 그녀는 1964년 4월 14일에 고향에서 57세의 인생을 마감하였다. 1980년에 미국 정부는 카슨에게 민간인으로서는 가장 영예로운 상인 자유 훈장을 수여하였다. <침묵의 봄>은 환경정책과 환경운동을 태동시킨 기폭제 역할을 담당하였다. 1969년에는 환경정책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여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 등이 물고기와 야생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갖추어졌다. 1970년 4월 22일에는 미국에서 2천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1회 지구의 날 행사가 개최되었으며, 같은 해에는 환경문제를 전담하는 연방기구인 환경보호청이 설립되었다. 1972년에는 스톡홀름에서 제1회 유엔 환경회의가 소집되었고,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라는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카슨의 일생을 돌이켜보면, 그녀에게는 과학자와 집필가라는 두 분야를 하나로 결합시킨 사람이라는 평가가 가장 잘 어울릴 것이다. 그녀는 수많은 글을 통해 과학이 인간의 일상생활과 분리된 특수한 분야라는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과학의 목적은 문학의 목적과 마찬가지로 진리를 발견하고 보급하는 데 있다. … 나의 책에 아름다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일부러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무도 자연 세계를 진실하게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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