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한국의 산업혁명 역사를 썼다 송성수  (Homepage) 2012-04-19(목) 14:58:56, 4047

지난 3월 14일에 한국형리더십개발원 초청으로 강연을 했는데, 강연 내용이 동 기관의 사이트에 올라와 있어 옮겨 봅니다. http://www.kleader.org/bbs/board.php?bo_table=essay&wr_id=77 ------------------- 리더십에세이 #51. “포스코, 한국의 산업혁명 역사를 썼다” 송성수 교수(부산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국형리더십연구회 조찬모임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박사학위 논문은 포항제철, 지금의 포스코 기술발전사입니다. 논문이 끝날 때쯤에 “아, 이것이 한국의 산업혁명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요, 그러한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은 지난 30~40년의 포스코 기술발전 과정과 한국의 산업혁명이 어떻게 진행되고 발전했는가가 연구주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나라가 산업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입니다. 1인당 철 소비량도 중요한 기준입니다. 철 소비량이 600-800kg가 되었을 때는 산업화가 거의 이루어진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철의 소비량이 계속 늘어나고 철강산업이 발전하는 선순환에 들어가게 됩니다. 포스코는 공기업으로 출발했습니다. 포항제철소가 건설되고 이어 광양제철소가 세워졌으며, 2000년에는 완전히 민영화가 되었고 2002년에 지금의 이름인 포스코로 개명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업광고를 시작한 시기는 1990년 중반부터입니다. 대체로 기업들이 세계 1위를 기록할 때 기업이미지 광고를 하는데, 첫 문을 연 기업은 삼성의 휴먼테크입니다. 포스코도 1998년에 광고를 시작합니다. 이 때 처음으로 철강생산량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포스코의 이 기록은 1999년에 이어 2001년에도 이어집니다). 당시의 광고 카피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 였습니다. 민족 우선하는 정신교육…“가르쳐주지 않는 기술도 배워 오라” 포스코의 기술 발전 단계는 세 시기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70년대는 기술습득 시기, 80년대는 기술추격시기, 90년대는 기술창출시기가 그것입니다. 이런 분류는 논문을 쓸 때 포스코에서 재직한 역대 인물들을 만나보고 그분들의 생각과 인터뷰를 종합한 결과가 바탕이 되었습니다. 1단계는 70년대로 기술 습득의 시기입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일관제철소라는 것이 없었을 때입니다. 할 수 없이 해외에서 배워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체로 기술발전의 역사는 해외연수로부터 시작하는데, 포스코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해외 연수 전에 단단히 준비교육을 시킨다는 것입니다. 주로 정신교육이었는데 이 연수가 국가를 위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더군다나 대일청구권자금을 이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다소 민족주의적인 정신교육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지요. 그 당시 포스코의 정신교육은 "맨투맨작전"이었습니다. “박태준 회장은 가르쳐주지 않는 기술도 모조리 배워 와라, 눈에 담아 와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알아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그 당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값비싼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큰 도둑이 되려면 보석을 감정할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그 누구도 식별할 능력이 없으니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가릴 수가 있었겠습니까? 한마디로 죽을 똥을 쌌죠. 이때 일본 기술자들에게 술을 사주며 정보를 캐내느라 술값이 엄청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그 사람들이 일부러 캐비넷을 열어 놓고 피해주더군요.”(김종진 회고) 해외연수를 갔다 온 사람들이 받아온 자료는 곧바로 축적되었고, 이들이 해외에서 연수받은 내용은 직원들에게 바로 전달되었습니다. 포스코는 기술인력 관리 차원에서도 남달랐습니다. 건설작업 초기부터 공장을 가동할 때까지 조업요원과 정비요원을 같이 편성했습니다. 대졸 엔지니어를 제철소 현장에 반장(foreman)으로 배치하고, 기술자를 우대한다는 기성(技聖 Saint Technician)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인력구성 하에서 공장을 지으면 설비를 시범적으로 가동해보기도 했습니다. 고 박태준 회장은 회고록을 통해서 이 점이 포스코가 조기에 위력을 낼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당시 신일본제철의 직원 정년이 55세였습니다. 포스코는 일본에서 퇴직한 사람들을 기술고문으로 대거 받아들였습니다. 또 일본에서 연수받은 사람이 팀장이 되고 기능공들이 멤버가 되도록 팀을 구성했습니다. 당시 정상조업 기간을 일본은 12개월로 예상했는데 포철은 그 반인 6개월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107일만에 해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배경은 이러한 포스코만의 특징이 추동력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포스코가 놀라운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내부 승진에 입각한     최고경영진 구성과 회사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긴 수많은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선진기술 따라잡기에서 이젠 기술혁신 선도국으로 80년대는 기술추격의 단계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철강기술을 보유하던 일본이 옆에 있어 많은 자극을 받았고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기술수준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일본과의 경쟁은 포스코의 기술 노력에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백덕현 부사장의 회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존재는 인공적 위기감을 불러일으켰고, 포스코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70년대에는 포항의 지역환경에 맞게 제철소를 만들었습니다. 반면 광양은 인공적으로 만든 부지에 세워졌는데,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짧은 생산라인으로 효율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이때부터는(80년대) 세계적으로 철강공급 과잉현상이 나타납니다. 포항제철은 일본 기술을 들여왔지만 광양제철은 여러 나라 기술들을 다 들여와 포스코가 짜집기를 합니다. 이때부터는 일본이 의식적으로 잘 도와주지 않습니다.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거죠. 결국 포스코는 기술을 따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구소를 발족시켜 정보를 수집하고, 기술을 교류하고, 업무협정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기술추격에 나섰습니다. 실질적인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라면 자료복사나 사진찍기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요. 모방을 통한 연구개발, 기술개발이 짧은 시간 내에 가능했던 것은 이미 상당한 지식기반이 축적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또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시제품 개발과 양산기술 개발을 병렬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특별관리와 상여금을 통한 경쟁심을 유발하여 생산성을 높여 나갔습니다. 90년대는 첨단기술에 대한 도전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포스코가 필요한 정보를 부분적으로 수집하고 보완하며 여러 가지 기술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단계에 이릅니다. 포스코는 이 시기에 코렉스공법과 ISP법을 선택합니다. 철강 자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되면서 포스코는 경영다각화, 해외거점확보, 조직혁신, 사업구조조정 등 다양하게 변신을 시도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승진에 입각하여 인재를 배치하고 최고경영진을 구성하는 한편, 기술적으로는 연구개발투자에 온힘을 기울입니다. 이때부터 연구개발비가 현격히 증가하게 됩니다. 고로를 대신할 파이넥스공법기술을 개발하는데 연구개발 투자비가 1989~2000년 사이에 817억원이 투입됩니다. 이때의 슬로건이 "목숨 걸고 하라"였습니다. 용융환원 프로젝트도 1990~2000년 사이에 600억원이 투입되는데 이중 222억원은 정부 지원이었습니다. 시험설비의 설계제작은 푀스트(Voest)가 제작했지만 조업기술은 포스코가 제공하면서 보완적 자산의 확보가 절실했습니다. 포스코가 선택한 기술이 바로 파이넥스였고 마침내 2007년에 파이넥스 기술개발 상용화를 이뤄냅니다. 모델플랜트는 1일 15톤, 파일럿플랜트는 연산 3만톤, 데모플랜트는 60만톤, 상용화설비 150만톤으로 설비와 조업의 모든 측면에서 기술혁신을 선도하게 됩니다. 한 사람의 카리스마보다 집단의 리더십이 더 필요 포스코 설립 초기의 슬로건이나 기록을 보면 군대에서나 사용할 법한 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초기에는 그 문화가 널리 통용되었고 실제적인 효과도 보았습니다. 40여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술측면에서 보면 “속도가 답”이고, 추격 속도가 지상과제였던 시기에는 군대식 조직문화와 분위기가 맞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속도가 문제되지 않는 시기니까요. 오히려 문제도 모르고 답도 모르는 지금 시기야말로 창의적인 리더십이 절실한 때라고 봅니다. 저는 포스코제철사를 보면서 한국형리더십은 개인보다는 집단적 리더십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조직의 중심이 되는 리더 주위에는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구성원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한 개인의 카리스마 리더십의 발휘보다는 집단적 리더십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운명공동체라는 의식을 갖고 함께 만들어가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그런데 삼성의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그러하듯 포스코에도 박태준 회장 외에 다른 사람의 이름은 잘 거론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역사를 기록할 때 공적 있는 숨겨진 사람들의 이름도 밝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포스코가 공기업적 성격이 강한 회사임에도 놀라운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내부 승진에 입각한 최고경영진 구성과 회사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긴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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