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과학관 정책은 있는가? 송성수  (Homepage) 2012-05-10(목) 13:16:43, 3685

<대덕넷>에 5월 9일자로 실린 글입니다. http://www.hellodd.com/Kr/DD_News/Article_View.asp?Mark=37858&Midx=1 -------------- 매년 4월은 과학의 달이다. 과학의 달에는 과학기술을 매개로 한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진다. 올해에는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국적으로 700여 개의 과학행사가 개최되었다고 한다. 과학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통해 과학기술과 일반 대중을 연계하는 활동을 우리나라에서는 '과학문화' 혹은 '과학기술문화'로 부른다. 과학관(science museum)이 과학기술문화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지대하다. '과학기술문화운동의 시작과 끝은 과학관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특히, 그 동안의 과학기술문화활동이 상당 부분 일회성 행사 위주로 전개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과학관은 과학기술문화활동을 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과학관은 과학기술문화에 대한 연구, 전시, 교육 등의 세 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국립과학관 8개, 공립과학관 60개, 사립과학관 27개 등 모두 95개의 과학관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들어와 국립과학관 건립사업과 지방과학문화시설 구축사업을 매개로 소위 '과학관 붐'을 맞이하고 있다. 국립과학관의 경우만 보더라도 1990년에 국립중앙과학관이 개관한 이후에 2008년에는 국립과천과학관이 완공되었고, 지금은 국립대구과학관, 국립광주과학관, 국립부산과학관을 건립하는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조만간 광역경제권 별로 1개씩의 국립과학관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과학관의 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과학관을 건립하는 하드웨어적 사업은 비교적 착실히 추진되어 왔지만, 과학관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적 사업은 매우 간헐적으로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제는 과학관 확충을 넘어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주어져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칭)과학기술문화콘텐츠사업'과 같은 별도의 사업을 만들어 과학관을 비롯한 과학기술문화의 주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데 있다. 과학관 건립이나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과학관에 대한 지원제도에는 입장수입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소유권 이전시 양도세 면제, 도시공원 내 건립 허용 등이 있다. 그러나 과학관의 경우에는 박물관 및 미술관과 달리 양도소득세 혹은 특별부과세, 농지전용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을 부담하고 있으며, 수익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의 손금 산입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박물관 및 미술관의 사례를 참조하여 과학관 지원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리더십도 중요한 문제다. 외국에서 내노라는 과학관에는 모두 훌륭한 리더의 헌신이 있었다. 과학관도 일종의 조직인 만큼 부침이 있기 마련이지만 훌륭한 리더는 해당 과학관의 수준 자체를 높이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과학관에 헌신한 리더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과학관장의 자리가 정년을 앞둔 공무원에게 돌아가는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앞으로는 과학관에 대한 열의와 능력을 가진 분을 제대로 공모하여 관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법이다. 전문가는 동일한 일을 쉽게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을 스스로 만드는 속성을 가진다고 한다. 과학기술문화와 관련된 콘텐츠 개발, 교육, 홍보, 출판 등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은 '과학커뮤니케이터(science communicator)'로 불린다. 이러한 과학커뮤니케이터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박물관학(museum studies) 등과 같이 과학관과 직결된 전공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이공계 출신의 주부, 미취업 과학기술자 등을 과학커뮤니케이터로 양성한다면 고용창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 과학관이 과학기술문화 확산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과학관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관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하고 많은 사람들이 과학관을 즐겨 찾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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