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생산의 경험을 쌓자 송성수  (Homepage) 2012-08-01(수) 09:49:31, 3479

<부대신문> 2012년 7월 30일자로 게재된 사설입니다. ------------------------- 인류의 문명은 세 차례의 변화를 겪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를 앨빈 토플러는 제1물결, 제2물결, 제3물결로, 다니엘 벨은 농업사회, 산업사회, 탈(脫)산업사회로 개념화했다. 그렇다면, 기존의 산업사회(제2물결)와 구분되는 탈산업사회(제3물결)의 요체는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정보(화)사회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필자에게는 지식(기반)사회가 더욱 적합한 용어로 보인다. 사실상 정보와 지식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데이터(자료)를 모아서 구성되는 것이 정보이고,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지식이다. 동일한 데이터가 주어질 경우에 누가 구성을 해도 동일한 정보가 나오지만, 동일한 정보가 주어졌다고 해서 동일한 지식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옥석을 가려내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서 지식을 만드는 것이다. 대학은 지식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제도이며, 대학교육의 기본적 목적은 지식을 생산하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데 있다. 대학교육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그럴 바에야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다닐 필요 없이,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구하면 될 것이다. 여러분은 지식 생산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가? 시험을 치거나 과제물을 내거나 발표를 할 때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비교해 보고, 그 중에서 유의미한 것을 선택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더 찾아보고,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정보를 재구성함으로써 지식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지식 생산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발전 단계와도 연관되어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추격하는 단계에 있었다. 추격의 단계에서는 어떤 것이 문제가 되고 무엇이 답인지 이미 알려져 있으며, 얼마나 빨리 따라잡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탈(脫)추격 혹은 창출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정의하고, 그 문제를 푸는 데 적합한 대안들을 탐색해야 하는 국면이다. 추격의 단계에서는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탈추격의 단계에서는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지식 생산에 대한 논의는 학습윤리 혹은 연구윤리와도 직결된다.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데 다른 사람의 것을 표절할 필요는 없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표절은 스스로 지식을 생산한 것이 아니요, 타인의 정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 지식 생산을 강조하는 선진국의 유수 대학들은 표절을 죄악으로 여긴다. 표절로 걸린 학생에게 곧바로 퇴학 조치를 내리는 대학도 있다. 어느 새 방학이 후반전을 맞이하고 있다. 방학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보충하는 기간이요, 평소에 하지 못한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러한 보충과 시도는 모두 지식 생산으로 이어질 때 그 의미가 배가될 것이다. 방학 잘 보내시고,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지식 생산의 마당인 대학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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