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최영도  (Homepage) 2016-03-15(화) 06:55:28, 6448

오늘 이 신랑신부의 결혼 주례를 부탁받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결혼식 때 주례선생님의 주례사를 떠올려보았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객으로 참석해서 들었던 수많은 주례사도 떠올려보았습니다. 역시 뚜렷하게 떠오르는 말씀이 없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 주례선생님과 신랑신부나 하객님들의 관심사가 달랐기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랑신부나 하객님들의 관심사는 지금 이 자리에 계시는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주례선생님의 말씀이 좀 짧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였을 것 같은데, 주례선생님께서는 좀 더 좋은 말씀을 더 많이 들려드리려 하다 보니 대부분의 말씀들이 그냥 스쳐지나가는 얘기들이 되어버렸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그런 결혼식에 식상한 많은 젊은이들이 오늘 같은 이런 결혼식이 아닌 주례 없는 결혼식을 더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신부신랑, 지금 이 시간 바로 곁에 서 계시는 이 배우자분과 왜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까? 많은 이유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나 혼자 살아가기 보다는 이 분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기대감이나 확신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오늘 이 시간 이후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제 짧은 생각으로는 저 멀리 책 속에 있을 법한 거창하고 위대한 말씀을 쫓아 사는 것도 행복으로 향해 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바로 나와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살아갈 이 배우자의 관심사가 무엇일까? 이 분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서로의 생각과 관심사를 헤아려 주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상대의 생각을 헤아려 주다.`라는 말을 우리는 짝 `배(配)`자와 생각할 `려(慮)` 자를 붙여 써서 배려(配慮)`라고 읽습니다. `배우자(配偶者)`의 `배(配)`자와 `우(偶)`자도 각각 `짝` 배(配)` 자와 `짝` `우(偶)` 자입니다. `배려(配慮)한다.`는 말은 곧 `배우자(配偶者)의 생각과 관심사와 입장을 존중한다.`는 말입니다. 내 아내의 관심사가 무엇일까? 내 남편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행복한 가정은 아련하고 신비롭게 피어오르는 화려한 무지개가 아니라 서로의 작은 관심사을 헤아려 주려는 현실적인 `배려(配慮)` 속에서 피어나는 한송이 소박한 사랑입니다. 서로 배려해 주는 만큼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십시오! 감사합니다.

송성수		간명하고 멋진 주례사입니다.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2016-03-15 10: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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