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관용’을 찾아서 김준호  (Homepage) 2015-06-03(수) 07:24:17, 2704

관용이란, 타인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완전한 사람이 없다. 따라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이다. 결국 관용은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언젠가 나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이 순간 타인의 잘못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너그럽고 관대해야 한다. 세상 두려운 줄 모르고, 자신이 잘났다고 얼마나 교만하게 살았는지 되돌아볼 시간이다. 관대한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거나, 물이 깊고 넓으면 고기가 모인다는 말, 남의 약점이나 과거의 잘못을 묻지 않으면 원망 받을 일이 없다는 말은 ‘관용’을 강조한 말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소, 고발사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다. 웃어넘길 일조차 법의 잣대에 들이대고 보는 일이 다반사로 있음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불의를 극복하라는 메시지를 주셨다. 타자의 권리를 존중하라는 뜻일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부흥을 목표로 내건 ‘중국의 꿈’을 이야기 하면서 전성기 당(唐)나라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은 오랑캐로 불리던 이민족 출신도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똘레랑스(관용)의 제국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종족적 배타주의나 문화적 패권주의를 지향하지 않은 당제국의 관용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나 당나라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외국인들을 국가융성의 주역으로 키워냈다. 우리도 외국인들이 맘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타문화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뉴욕에 라구아나 공항은 라구아나 뉴욕시장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인데, 그가 판사로 재직할 때 빵을 훔친 혐의로 어느 할머니가 법정에 서게 되었다. 할머니는 형편이 어려워 손주3명이 며칠째 굶고 있어 빵을 훔치게 된 사연이었다. 라구아나 판사는 “오늘 할머니의 절도는 우리사회의 건강한 질서를 위해 절대 용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할머니에게 벌금 10달러를 선고하며, 할머니가 이런 범죄를 하게 된 데는 어려운 이웃을 잘 돌보지 않은 저의 잘못도 있어 저에게도 벌금 10달러를 처하고, 방청객 여러분께서도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죄로 벌금 50센트에 처합니다.”는 판결을 내렸다. 너무나 의외의 판결에 사람들은 숙연해졌고 기립박수를 치며 너나 할 것 없이 기쁜 마음으로 벌금을 내었다. 전체 금액은 57달러가 되었고 할머니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10달러의 벌금을 내고, 47달러를 갖고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조선시대 정양파라는 사람이 충청감사(도지사)로 있을 때 수청을 든 기생과 잠을 자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사이 비서가 그 기생을 어떻게 해버린 것을 하인이 엿보고 감사에게 고해버렸다. 백성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감사의 명예를 손상시켰다하여 죽이는 것이 관례이나, 정감사는 웃으며 “이 일을 어찌 나에게 고할 일인가. 내가 그놈이 좋아하는 계집을 안고 놀은 것이지, 그놈이 어찌 내가 좋아하는 계집과 관계한 것이냐?” 라고 했다고 한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여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듯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의 입장을 배려한 라구아나 판사나 정감사의 관용정신은 귀감으로 삼을만하다. 자신의 얕은 지식과 경험으로 상대를 비판하고 정죄하기는 쉽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와 좋은 인간관계는 따뜻한 관용에서 나온다. 관용이 있는 곳에 사람에 대한 향기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현대사회에서 법만 강조하다보니 인격의 측정기준으로까지 여기던 ‘관용의 미덕’이 실종되어버린 것이 안타깝다. 원칙과 공의만 있는 삭막한 세상을 극복하기 위해 잃어버린 관용을 다시 찾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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