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출석부에 대한 변명, 그리고 반성 - 학교자체연수 자료 김동희  (Homepage) 2006-12-27(수) 21:38:03, 15126

학교자체연수 학생들과 만나면서... - 비 내리는 출석부에 대한 변명, 그리고 반성                                                                                           일  시 : 2006. 12. 28                                                                                           장  소 : 교 무 실                                                                                           연수자 : 교사 김동희      올해 제가 담임을 맡았던 저희 반, 2학년 2반 출석부는 4월부터 조금씩 조금씩 보슬비가 내 리다가 5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줄곧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장맛비도 보통 장맛비도 아니라 우 리 학교 전체 강우량의 20%는 족히 차지하지 않나 싶습니다. 수능이후의 3학년도 이보다 더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3자가 보면 완전히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교사로 볼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2학기 말에 이르러서는 무단 결석 및 무단 조퇴를 하여도 아이들 혹은 가정에 연락조차 취하고 있지를 않 으니, 담임교사로서 최소한의 직무를 게을리 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이 글을 보실 교장/감 선생님께서 꾸중을 하셔도 그냥 묵묵히 꾸지람을 들을 도리밖에 없습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돌아봅니다. 뭐가 문제였는지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염치불구 하게도 원인을 아이들에게 먼저 둬보지만, 그 아이들 작년 생활기록부를 찾아보면 올해보다 는 훨씬 학교생활을 잘 하였습니다. 작년과 올해의 출결란을 비교해서 보다보면 내가 이 아이 들 다 망쳐놨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반에 비해서 우리 반 출석률이 유독 낮은 건, 작년에 학교에 잘 나오던 아이들이 올해 학교 엉망으로 다니고 있는 건, 제 탓이 큰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이들이 학교에 꼬박꼬박 나와야 한다는 확신을 제가 가지고 있지 않기 때 문입니다. 학생이 학교에 꼬박꼬박 나와야 한다는 상식은 제가 국민학교 1학년 때 형성되었습 니다. 40도에 가까운 극심한 고열로 밤에 한숨도 자지 못하고 땀이 뒤범벅된채 아침에 일어나 지도 못하는 저를, 어머니께서 업고선 학교까지 찾아가시고,,, 학교 수업은 들어야 한다면서 교실 창밖에서 담임선생님을 부르시던 어머니. 친구들은 나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고 담 임선생님께서도 너무나 놀란 표정으로 이러다가 애 죽이겠다면서 출석한 것으로 할테니 오늘 집에서 쉬게 하라고 하시고... 어머니 등에 업혀서 눈물 글썽이며 집으로 돌아오면서 학교는 죽어도 꼭 가야하는 거구나 하고 뇌리에 꽉 박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제 상식을 아이 들은 쉽게 파괴시켜주었습니다.   왜 지각했냐? 왜 결석했냐? 물어보면 대개는 고개 숙인 채 아무말도 하지 않거나 인상을 잔 뜩 찌푸리고 있거나  용감한 아이들은 “그냥요”, “오기싫어서요” 하고 귀찮다는 듯 말합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괘씸한 마음이 들면서 제 머릿속은 하얀 백지가 되고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 지 말을 잃어버립니다. 그나마 착한 아이들은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 연민의 정 마저 듭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를 싫어합니다. 학교는 수업 위주로 짜여져 있습니다. 수업은 국영수 중 심의 인문교과와 실업교과로 짜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누적된 학업결손으로 인문교과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농사”지을 생각없는 아이들은 학과공부에도 동기와 필요를 느끼지 못 합니다. 하루 6시간 가량 책상에 꼼짝없이 앉아서 가만히 수업을 들어야 하는 아이들은 그 자 체가 고역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꾸역꾸역 나와도 수업 중 짝지와 대화(?)를 하거나 휴대폰을 눈치보며 만지작 거리거나 그런 것들이 지적당하면 책상에 그만 엎드려 자거나,,, 그 런 아이들에게 “너 왜 학교에 늦었어! 왜 학교에 안왔어!” 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왜 학교에 왔어!”라고 물어야될 판국입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좀 암울해지긴 하지만, 좀 더 마음을 추스르고 글을 밀어가 봅니다. 지금 의 아이들이 지금의 학교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더라도, 지금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기에 누군가의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변화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담임의 노력으로 학교에 흥미를 느끼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 그러한 모든 노력을 게을리 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저희 반 출석률이 낮은 또 하나의 원인이 되겠습니다.   발령 첫 해를 요즘 자주 돌아봅니다. 교장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비오는 날 사직운동장 에 소풍을 가서 맨발에 런닝 차림으로 모두 다 농구하고 넘어지고, 온통 비범벅이 된 옷을 입 고 삼겹살을 구워먹고,, 주말에 봉고를 빌려서 텐트를 싣고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을 데리고 밀 양에 야영을 하고, 담배 피는 아이들 모아 산성 국수집에 데려가 밤늦도록 막걸리마시며 마음 나누고, 여름방학 때의 지리산 등반, 뭐 그리 메일도 많이 주고 받았던지, 힘들어보이면 편지 도 건내보고, 쉬는 시간에 어찌나 교실을 자주 찾았던지, 학교 밖에서도 자주 만나서 다독거려 주고... 그랬기에 아이들은 담임 미안해서라도 학교 생활 잘하려고 했고 그 결과로 학교에서 즐겁게 지냈고, 공부도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올해 그러한 노력이 전무했습니다. 이제 불과 4년차 교사인데 발령 첫 해와 사뭇 다 른 모습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에 잘 오도록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적절한 벌을 주는 방법으로 장맛비 내리는 사태는 어느정도 막을 수 있었을텐데, 벌마저 일관되게 주지 못했습니다. 벌을 준다면 죄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지각과 조퇴, 결석이 죄라는 생각이 흐물흐물해져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학생이 학교는 꼬박꼬박 나와야지”, “니가 이렇게 아무렇게 행동하면 학급 분위기는 어떻게 되노?”, “학교 이렇게 다녀서 나중에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노?” 등의 헛헛한 말로 벌을 주기도 했지만, 확신없는 벌을 주기가 괴로웠습니다. 손바닥도 때려봤고 2학기 땐 방과 후에 휴지를 줍는 규칙을 합의하여 정하기도 했지만, 도무지 변할 기미가 안보이는 아이들에게 이 벌을 계속 적용시키기가 힘들었습니다.   가끔씩 저의 문제점이 생각이 많은데 있다고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잘 나오지 않으 면 담임교사로서 힘든 점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힘들기 때문에 그냥 그 느낌대로 아이들 에게 제대로 학교 나올 것을 강권할 수도 있고, 제가 가져온 상식대로 “학생이 학교엔 꼬박꼬 박 나와야지!” 소리칠 수도 있을텐데, 그렇게 잘 되지 않습니다. 자꾸만 완벽한 정답을 내려 고 하고 완벽하게 행동하려고 하다보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뿌리엔 자존심 이 우글거리고 있습니다.   초임교사답게 머리를 좀 가볍게 하고 가슴을 텅 비우고 온 몸에 힘을 좀 빼고, 좌충우돌 속 시원하게 부딪혀가는 모습을 꿈꿔봅니다. 올 한 해 너무 고민이 많았고, 속 앓이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이래서 생겨났겠구나 느낄 수 있었던 한 해였고, 10년, 20년, 30년 학교에서 묵묵히 교편을 잡고 계신 선배 선생님들이 그 세월만으로도 존경스런 마 음이 들게된 한 해였습니다.   아무튼 곧 방학이 되어 홀가분합니다. 곧 과거가 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여유로워 집니다. 지금 이 순간이 곧 과거로 흘러가버린다는 생각이 이래저래 아이들로부터 속 썩는 교사에겐 어느 정도 위로가 되는 듯 합니다.         난잡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A HAPPY NEW YEAR!

김홍미		윈스턴 처칠이 완벽주의를 이렇게 말했어요. "<완벽이 아니면 모두 소용없다.>라는 말을 한 단어로 줄이면 <무기력>이다." ^^ 동희샘이 왜 이렇게 무기력한지 모르겠다고 푸념했을 때, 제가 이 글귀를 보여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머리를 가볍게 하고, 가슴을 텅 비우고 시원하게 살고픈 동희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이번 겨울방학 때 마음공부를 그런 차원에서 해가다보면, 아이들과의 만남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걸림이 없으리라 믿어요. 자신의 밑감정과 핵심감정을 직면해서 풀어내야 해요. 보기 싫다고 덮어두게 되면, 환경이 변해도 같은 고민에 빠질 것입니다. 물론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이번 MBTI 연수의 초급과정은 자기이해가 목적이고, 보수과정은 타인이해가 목적이라고 합니다. 제가 다녀와서 전달연수 잘 할게요. 동희샘은 지금쯤 재미있는 직원연수 시간 보내고 있겠죠? ^^ 장력을 높이고 오셔요~	2006-12-29 15: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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