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날 학교에 가서 김동희  (Homepage) 2007-01-01(월) 23:33:44, 14876

2007년 1월 1일! 느낌이 좋은 날입니다. 1년 중에서 가장 희망차고 상쾌한 날입니다. 1월 1일이 주는 이런 좋은 기분에 힘입어 새롭게 1년을 계획하고 다짐할 수 있어 좋습니다. 휴일날 학교에 갔습니다. 방학 전 처리해야할 2006년도 공문철을 행정실로 인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교문 들어서니 주사님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휴일날 교무실 들락거리기 죄송스러움이 있으나 그런 기색없이 열쇠 건내주시는 주사님이 감사합니다. 2학기 날짜대로 모아둔 공문에 쪽수를 매기고 분철하는데 1시간 반이 걸립니다. 교과교육홛동관련철, 기초기본학습관련철, 수업연구철, 일반문서철,, 2학기 때 접수된 공문들을 분철하고 보니 9권이 됩니다. 800-900매 되는 종이 더미와, 그 뒷면의 새하얀 여백을 보니,,, 종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과 에너지가 좀 쓰이더라도 이면지를 많이 활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할 일을 다하고 나오려다 사물을 좀 정리했습니다. 첫 발령을 받아 4년 동안 책상을 한 번도 옮기지 않아서 서랍속엔 추억어린 물건들이 좀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누구로부터 압수했는지도 가물한 말보루 담배, 무슨 담배.. 3갑을 주사님께 드렸습니다. 라이타도 제법 많습니다. 첫 해 어느 여학생과 주고 받은 교환일기 공책도 있습니다. 첫 해 수업 시작하는 날 보조교재로 썼던 탱탱볼도 있고, 재작년, 작년 수행평가 점수와 그 때, 그 때 수업분위기를 기록한 공책도 보입니다. 작년에 썼던 공책 뒷면에 12월에 썼을 메모가 보입니다. 어두운 분위기의 글이라 상쾌함을 드리진 못할 그런 글들입니다. ------------------------ <낭만> "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   이 땅에 가장 순박한 아이들 곁으로   풀냄새 가득히 몸에 배어 달려오는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   청정하던 젊음 백발이 될 때까지   가르치며 삽시다."   가르친다는 것이 과연 이런 것이었을까... <존재감의 상실> 어떤 공간에서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내가 없는 그 공간은 상상할 수 없다는 사실 그 사실이 사람으로 하여금 생기를 가져다 준다. 동래원예고등학교에서는 수학교사로서 그런 존재감을 갖기 힘들다. 그 원인을 아이에게로 돌린다. 그러나 문제는 나에게 있다. 수업을 아이들의 수준에 못 맞추었고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시키지 못했다. 수학에서 의미를 못 찾았더라도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길은 있었다. 그러나 삶을 나누는 교사로서의 존재감 역시 얻지 못했다. 결론은 아이들을 위한 내 마음이 부족했고 게을렸다. 지금의 이 답답하고 괴로운 느낌은 그 벌이다. 업보다. <3월을 돌아본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으로 인해 나는 아이들만을 거의 매일 생각했다. 내 가슴은 항상 들떠 있었고 내 꿈은 컸다. 첫 만남의 시간 무엇을 이야기할까 몇 날 며칠 고민했었다. 기찻간에 우리는 모르는 사람으로 우연히 만났다. 그런 관계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해 보자고 했다. 나는 께어있었고 예리해져 있었다. 어떤 질문도 의미있게 엮어낼 수 있었고, 아이들은 집중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업내용만을 관성적으로 준비해오고 아이들은 떨어져나가고 소외되어왔다. 진정한 관계가 깨어진 분위기에서 3월의 그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1년동안 나는 아이들을 소외시켰다. 나와 아이들은 분리되었다. <12월 증후군> 1년 간 교과서에 의지해서 가르쳐왔다. 가르쳐야 하는 내용도, 그 날 그 날의 수업내용도 무엇을 왜 가르치나는 고민도 교과서가 있기에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점점 나는 아이들의 삶에 대해, 한 명 한 명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었다. 그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도 뭔가를 떠벌릴 수 있었다. 교과서가 있기에... 그냥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대로 열심히만 가르치면 되었다. 그러나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면, 아이들은 더 이상 교과서를 배울 이유가 없어진다. 수업을 왜 하냐고 묻는다. 나는 할 말이 없어진다. 교과서를 던져버리고, 저 멀리 집어치워버리고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건가 그 동안 무관심했기에, 막막하고 둔감하다. 삶과 삶이 만나야 되는 것이 진정한 관계다. 교과서에 안주해왔기에 교과서가 해제된 12월은 괴로울 수 밖에 없다. ----------------------------------- 올해의 12월은 작년보다 괴로운 느낌이 덜 했습니다. 뭔가를 시도해보려던 그 간에 비해,, 올해의 12월은 그냥 자습(?) 아니 방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괴롭지 않았던 것은.. 점점...

최영도		한 때 선생인 내가 많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수많은 아픔들을 내가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면, 학생들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럴 수 없었죠. 내가 그런 능력을 갖춘 신이 아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지금도 그 때의 제자들이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이유가 그 때 그 문제들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못했지만 그 것 때문에 같이 아파해 본 기억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애들은 공부 조차도 선생님과 같이 해결하려는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려워 진 것 같아요. 아마 어려서부터 학교는 공부를 가르쳐 주는곳이 아니라 과제만 내는 곳이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나봐요! 그런데 하물며 공부 이외의 것을 선생님과 해결하려고 할 학생이 있을까요? 요즘 선생은 정말 날로 먹는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 보게됩니다. 그러면서 과거 학생들을 떠올리며 옛날 애들은 안이랬는데.....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애들 내 존재의 이유가 사라져 버린 학교 그 관계를 복원해 보려는 선생님들은 계속 아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아파할 수 있는 선생님의 숫자가 많아지는 그 만큼, 학교의 필요성을 학생들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김선생님 아파합시다. 그러나 아픔때문에 포기하지는 맙시다!!!!!! 김선생님, 올해는 사랑하는 자식을 얻게되겠군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자식이 한 번 아파보세요. 어디가 아프다 말도 못하면서 그냥 울어만 대는 애를 안고 할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은, 내가 대신 아파줄 수 없을까? 입니다. 아이는 모르지만 이런 무 능력한 부모의 사랑으로 아이는 성장합니다. 김선생님, 내 자신의 무능을 한탄하며 느끼는 그 아픔의 사랑으로 우리 애들이 조금씩 자라고 있답니다. 2007년 한 해 더 아파합시다. 그러나 그 아픔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맙시다!!!!!	2007-01-02 08:03:41
김동희		선생님! 격려 감사합니다. 새롭게 시작하고픈 힘이 생깁니다. 그저께 파리봉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출퇴근길 산성도로를 넘나들면서 보는 파리봉의 장엄한 위상이 참 좋아서 보고 또 봅니다. 안개 속에 가렸다가 다시 선명히 드러나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인데, 아주 높아보입니다. 홀로 서 있는 모습이 기품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 파리봉을 보았습니다. 더욱 좋아집니다. 그러면서 올해의 문제점으로 "아이들을 충분히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구체적인 상황과 생각과 느낌을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아파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아이들과 교감하지 못한다는 결과에 아파했습니다. 제 자존심이 채워지지 못함에 아파했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으로 인해 아파한 것이 아닌 제 모습으로 인해 아파했습니다. 새로운 한 해는, 아이들의 삶을 많이 많이 봐야겠습니다. 보려고 하는 마음도 사랑에서 비롯되겠지만 봄으로 인해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그에 상응하는 말과 행동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리라 기대합니다. 따뜻한 관심과 격려 항상 감사합니다. 힘들다가도 선생님을 떠올리면 힘이 납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7-01-02 09: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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