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늠’과 ‘가름’ ‘갈음’ / ‘가르다’와 ‘나누다’ 김정식  (Homepage) 2014-05-03(토) 17:54:20, 7543

‘가늠’과 ‘가름’ ‘갈음’        “토라진 누나의 마음을 가름해 보았다.”, “그 닭의 무게를 가름해 보시오.” 들에 쓰인 ‘가름’은 ‘가늠’으로 고쳐 써야 한다.   ‘가늠’은 “총을 잘 가늠해 쏜다.”, “가늠쇠를 잘 만들었다.”처럼 ‘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리는 표준’을 이르는 말이다. 또 “그의 속 마음을 가늠해 보았다.”처럼 ‘어떤 대중이 될 만한 짐작’을 뜻하는 말로도 쓴다.   이에 비해 ‘가름’은 “첫째 가름”,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세 가름으로 되어 있다.”처럼 ‘책 내용을 가른 장’을 뜻한다. “부모의 유산을 가름해 받았다.”, “한 판 승부를 가름하다.”의 ‘가름하다’는 ‘일이나 물건을 서로 가르다.’란 뜻이다.   그리고 이와 잘 혼동되는 말로 “이것으로써 인사를 갈음하는 바입니다.”, “사장을 갈음하여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들에 쓰인 ‘갈음하다’가 있는데, 이는 ‘다른 것으로 서로 바꾸어 대신하다.’란 뜻으로 쓴 말이다.   이로 보면 ‘가늠’은 ‘조준(照準)’, ‘가름’은 ‘분할(分割)’, ‘갈음’은 ‘대신(代身)’을 뜻한다고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가르다’와 ‘나누다’   “병사들에게 담배를 나누어 주었다.”, “유산을 어떻게 가르느냐가 문제였다.” 들에 쓰인 ‘나누다’와 ‘가르다’는 바꿔 쓸 수도 있다. 이들에게는 분배나 분할이라는 공통되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족들과 고통을 나누고 싶다.”, “신입생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친구와 잡담을 나누었다.”, “장애인들과 마주 보며 웃음도 나누었다.” 등을 보면 ‘나누다’는 ‘고통, 악수, 잡담, 웃음’ 같은 것을 분할해서 가짐으로써 결국에는 공유하는 자질을 지닌다. 여기에다 ‘가르다’를 대신할 수 없다.   ‘가르다’는 “시누이와 올케를 갈라 놓았다.”, “나룻배는 서서히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공기를 갈랐다.”, “배를 갈라 내장을 꺼냈다.” 들에서 보듯이, ‘사람 사이나 물살, 공기, 배’ 등을 분할하여 격리시키고 있다. 물론 이 자리에 ‘나누다’를 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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