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후라’와 ‘기무치’ 김정식  (Homepage) 2009-06-03(수) 06:49:49, 3258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   ‘공군의 군가’는 아니지만 공군을 상징하는 노래가 된 『빨간 마후라』.   한운사(韓雲史) 씨가 지은 이 노래는「제11회 아시아 영화제」에서 감독, 편집, 남우 주연상을 안겨 주었던 영화『빨간 마후라』의 주제가로, 동남아 일대에서도 선풍을 일으킨 노래다. 이 노랫말 중 ‘마후라’는 유감스럽게도 영어 머플러(muffler)의 일본식 발음이다.      지금 우리들이 쓰고 있는 말 가운데는 서양말인 듯한데, 이상한 발음으로 국적을 잘 알 수 없는 말들이 많다. 이것은 서양말이 일본을 거치면서 일본식 발음으로 변조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어의 소리(음소)는 매우 간단하다. 모음 발음은 a, i, u, e, o, 이 다섯뿐이고, 받침 소리는 ㅇ, ㄴ, ㅁ의 셋뿐으로 ‘ん(응)’ 하나로 표기한다.  음절 구조가 대부분 받침 소리가 없는 열린 음절이다.      그러기에 일본말은 받침을 제대로 발음 못하는 언어이다. 영어 ‘올림픽, 타일, 컵’ 들을 ‘오린피쿠(오린삐꾸), 타이루, 코푸(꼬뿌)’로 발음하고, 배달말 ‘김치’가 일본에 건너가 ‘기무치’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받침 있는 말은 우리보다 한두 음절씩 더 늘어나며, 말이 길어지니 잘라 버리고 발음하는 경우도 많다.   보기를 더 들어 보자.   ① 호테루(호텔), 비니루(비닐)   ② 센타(센터), 빌라(빌러)   ③ 빳다(배트), 낫또(너트)   ④ 비오라(비올라), 리레이(릴레이)   ⑤ 텔레비(텔레비전), 인플레(인플레이션)   이로 보면 ① 음절수가 더 늘어난 것, ② 모음이 바뀐 것, ③ 된소리를 내는 것, ④ 받침 소리가 빠진 것, ⑤ 낱말을 잘라 버린 것 등 갖가지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우리 한말(한국말)은 소리가 매우 풍부하여 세계의 어떤 말도 아주 비슷하게 소리낼 수 있으며, 우리 한글은 매우 과학적이어서 어떤 소리도 다 적을 수 있다. 이러한 우리가 혀 짧은 일본 사람들의 발음을 따라가는 일은, 제 정신을 빼 놓은 바보짓일 뿐 아니라 그들에게 깔보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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