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서 변질된 우리말 김정식  (Homepage) 2009-07-15(수) 07:09:44, 3610

(1) 예절을 무시한 통신언어의 문제      “셤 겅부 마니 해떠?(시험 공부 많이 했어?)”   “ㅋㅋㅋ, 당근이지(키키키, 당연하지)”     요즘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주고받는 말이다.   “술먹어서 그런지…눈은 게슴치레 촛점은 엄꾸. 가끔은 헛구역질을 하더군여. 우우우욱… -말짱한 정신이면 정말 괜차는 아가씨여씀다…”   PC통신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뒤 영화로도 만들어진 ‘엽기적인 그녀’의 시작 부분이다.   학생이 선생님께 보내는 메일에도 “…궁금해서여, …감기 조심하시구여, …믿을께염”처럼 예절을 무시한 표현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 세계에서는 이러한 통신 언어를 모르면 왕따를 당할 정도이며, 이들 언어는 표기법을 무시하므로 그대로 두어서는 언어 생활에 큰 혼란을 가져 올 것이다.     (2) 제멋대로 변질되는 통신상의 우리말      인터넷 통신 언어의 두드러진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로 표기를 쉽게 하기 위해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것으로, ‘조아(좋아)’, ‘만타(많다)’, ‘기냥(그냥)’, ‘어뜨케(어떻게)’, ‘추카추카(축하 축하)’ 등이 있다.      둘째, 음절 줄여쓰기로 ‘멜(메일)’, ‘겜방(게임방)’, ‘글쿤(그렇군)’, ‘금(그럼)’, ‘짐(지금)’, ‘땜(때문)’, 등이 있는데, 이는 타자수를 줄여 시간을 절약하려는 심리로 보인다.      셋째, 모음으로 끝나는 낱말의 끝에 불필요한 자음을 덧붙여 쓰고 있다. ‘안녕하세엽(안녕하세요)’, ‘갈게엽(갈게요)’, ‘왜엽(왜요)’ 등은 ‘～여’로 끝나는 말에 ‘ㅂ'을 덧붙인 경우인데, 그냥 ‘～여’로 끝나는 것보다 더 강한 느낌을 준다.      넷째, 보조사를 포함한 모든 ‘요’를 ‘여’로 바꾸어 쓰고 있는 것은 ‘요’보다 더 귀엽거나 애교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하세염(행복하세요)’, ‘그래염(그래요)’ ‘그래도 되남(되나)’ 등도 같은 경우다.      다섯째, ‘넘 이쁘닷(이쁘다)’, ‘뭔갈 보여 주자긋(주자고)’, ‘해 봅시당(봅시다)’, ‘어카징(어떻게 하지)’, ‘어카냥(어떻게 하냐)’ 등은 문장의 종결형에 불필요한 ‘ㅅ'과 ‘ㅇ’을 붙인 예인데, ‘ㅅ’은 단호한 느낌을, ‘ㅇ’은 귀여운 느낌을 준다.        여섯째, ‘뭔일?’, ‘방가(반가워)’ 등 서술어 없이 한두 단어로 대화를 나누는 완결되지 못한 문장과 ‘번개해봤음?’, ‘인사안해줘서 삐짐’ 등 종결어미의 변용도 특징으로 나타난다.      일곱째, ‘문디 가스나’, ‘우띠발’, ‘이뇬아’, ‘씹혔다(무시당하다)’, ‘짱(짜증)’, ‘깔(여자친구)’, ‘남친(남자친구)’, ‘양팅(이중으로 사귀기)’ 등과 같은 비속어(욕)와 은어들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여덟째, 자신의 이름마저 변형해서 쓰고 있다. ‘미니(정민), 서리  (현설), 지니(미진)’처럼 이름의 끝글자에 ‘이’를 붙여 소리나는 대로 쓰기도 하고, ‘해돌이, 꼬망이, 깜찍이’처럼 별칭을 쓰는가 하면, ‘광뮌쥐(강민지)’처럼 일부러 이중모음을 쓰기도 한다. 이는 자신의 존재를 뚜렷이 드러내어 상대방에게 인식시키고자 하는 심리로 보아진다.      이 밖에도 ‘안뇽(안녕)’, ‘모냐(뭐냐)’, ‘해여(해요)’, ‘알쥐(알지)’, ‘잼있져(재미있어)’, ‘구래 이넘아(그래 이놈아)’처럼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무시한 표기도 많다.   이러한 변질된 통신상의 언어 현상은 현실 공간의 언어 현실을 벗어나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자유로움과 새로움을 경험하려는 사회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3) 표준어와 맞춤법의 교육이 시급하다      문제는 이런 언어가 통신 언어에만 한정되어 쓰이는 게 아니라, 교실을 비롯한 각종 게시물, 학교신문, 교지 등 공공 발간물에도 습관적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네티즌들이 쓰는 언어가 우리 사회에 공식적으로 허용된 언어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통신 언어는 의사 소통이 불완전하여 세대간 단절을 촉진하고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뿐더러 수백 년 동안 이루어 온 언어 예절마저 무너지게 한다. 수많은 학자들이 노력해 이루어 놓은 어법이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새로운 문법 체계를 세우려면 또 수십 년이 걸린다. 지금 급한 일은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말의 중요성은 물론, 표준어와 맞춤법 교육이다.      행정 당국의 강력한 뒷받침 위에 교육 기관과 언론이 힘을 합쳐 계획성 있는 바른말 교육을 지속적으로 펼쳐 우리 청소년들이 우리 말글 사랑 정신으로 바른 언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황병국		배정고등학교 황병국입니다. 교장선생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항상 좋으신 말씀 감사합니다.	2009-07-20 0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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