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다 / 같다 김정식  (Homepage) 2010-01-27(수) 07:36:21, 3512

갖다(가지다)      “이 달 모임을 아래와 같이 갖겠으니, 부디 참석 바랍니다.”처럼 모임이나 회의, 잔치나 행사 따위를 갖는다고 하는 표현은 우리말법이 아니다.     우리말에서는 본디 일, 사랑, 장난, 싸움, 잔치, 모임, 회의, 의논, 세배, 이별, 재회 등은 ‘하는 것’이지 ‘갖는 것’이 아니었는데, 우리말이 영어에 물들면서 ‘갖는다’란 이상한 표현을 쓰게 되었다.   원래 탐욕이 없고 평화를 사랑한 우리 조상은, 이 세상 온갖 것을 신이 창조한 신성한 것이어서 함부로 차지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으로 여겼다. 자신에게 속한 것조차도 가졌다고 하지 않고 “나는 아들 하나를 두었다.”, “내겐 땅마지기나 있다.” 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세상 온갖 것을 다 차지하고(take), 가지기(have)를 즐겨, 가족이나 재산 같은 유형적 존재나 정신으로 하는 온갖 행사도 갖고(have), 심지어 자연 현상(눈, 비, 바람)까지 ‘We had much rain last summer.’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흉내를 낸다.       그러니 우리말 표현을 제대로 지키려면, ‘갖다․가지다’란 표현은 함부로 쓰지 말고, ‘하다, 있다’ 등을 잘 활용해 써야 하겠다.         같다   ‘같다’는 “나는 언니와 취미가 같다.”, “성적이 지난달과 같다.”에서처럼 ‘서로 다르지 않다, 전과 변함이 없다’란 뜻으로, 주로 비교할 때에 쓴다. 또, “저 애가 철수 같지 않니?”, “비 올 날씨 같지 않니?”처럼 추정이나 예상에도 쓰고 있다.      그런데 이 ‘같다’를 아무데나 입버릇처럼 쓰는 데에 문제가 있다. 특히 젊은 층에 이런 말버릇이 번져 무엇을 단정하거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경우에도 무조건 ‘같다’를 쓴다. “고마운 것 같아요.” -고맙다는 것인지 고맙지 않다는 것인지 참으로 알쏭달쏭하다.      “배가 고픈 것 같아요.” - 배가 고팠으면 고팠지 ‘고픈 것 같아요’는 무엇인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예쁜 것 같아요.” - 판단은 말할 것도 없고 느낌이나 감정까지도 자신있게 표현하지 못하고 추측해서 말하는 이런 버릇은 어려서부터 자기 표현력을 길러 주지 못해서일까?

최영도		교장선생님의 글 읽으며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님들께서 우주만상을 소유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셨기에 `갖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셨는데, 금권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요즘 우리들은 대부분의 것들을 소유와 쟁취의 대상으로 받아드리는데 익숙해져버린 것은 아닌 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01-28 09:11:09
김귀원		선생님! 올려주신 글을 읽으면, 늘 우리 말과 글에 모자란 제가 얼굴이 붉어집니다. 어느 날 봄내 선생님이 휴게실에서 스포츠 신문을 보시다가 화가 치민 모습으로 신문을 덮어버리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 말의 사랑이 깊어심을 보았습니다.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저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부산공고에서는 교장선생님의 도움에 힘있어 한글 순화반을 맡기도 했습니다. 알려고 할수록 저의 모자람이 늘어만 갔습니다. 예를 들면 말씀하신 우리 말의 '있다'처럼 두루 뭉실한 것과 일본어의 '아루', '이루'의 구분과 영어의 'take'와 같이 넓은 뜻을 가진 것. 무엇이 좋은 것인지? 무엇이 더 바람직한 말인지? 저는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송길원 목사님의 재치있는 우리말 장난(?죄송)이 결국은 두루뭉실에서 이뤄지는 것과 같이 말과 글이 명확하지 못할 때 올 수 있는 혼란들이 너무 많은 것이 걱정스럽습니다. 선생님 제가 너무 괴발새발 쓴 것 널리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2010-02-02 23:57:31
김정식		말의 의미란 파고들수록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연구는 대학의 젊은 교수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의 약속(연어 규정)을 지키고 가르침으로 말의 혼란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생각할 때마다 참 신비함을 느낍니다. 어찌 체육학을 전공하시는 분이 한글순화반을 지도하고 우리말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신지... 참 고맙습니다.	2010-02-03 12:16:50
김귀원		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십시오.	2010-02-04 12: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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