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선(去來先) / 고수부지(高水敷地) 김정식  (Homepage) 2010-07-28(수) 06:18:51, 3401

거래선(去來先)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보는 말로 ‘거래선, 수입선’하는 말이 있다. 어떤 신문에선 아예 한자로 ‘去來先, 輸入先’으로 적기도 한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선(先)’이 의미로 보아 맞지 않음을 느꼈던지 ‘去來線, 輸入線’으로 쓰기도 한다.      일본 사람들은 ‘去來’란 말은 안 쓰고 ‘취인(取引, とりひき)’이란 말을 쓰는데, 여기에 ‘선(先, さき)’을 붙여 ‘취인선(取引先, とりひきさき)’이란 말을 쓴다. 이것을 본떠서 우리가 ‘거래(去來)’에 장사나 교섭의 상대를 나타내는 일본 한자 ‘선(先)’을 붙여 만든 말이 ‘거래선’이다. 일본에서 ‘선(先)’은 한자의 본래 뜻과는 상관없이 단지 그들의 고유어를 한자의 훈을 빌려 표기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先’의 뜻은 ‘앞’이나 ‘먼저’이므로, 일본과는 맞지 않는다. 우리말로는 그냥 ‘거래처, 수입처(수입 상대국)’나 ‘사들일 곳’이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만든 말로 ‘구매선, 구입선, 판매선, 수출선’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구매처, 구입처, 판매처, 수출처’로 쓰면 되고, 좀더 쉬운 말로는 ‘살 곳, 팔 곳, 내다 팔 곳’ 등으로 쓸 수 있다.       고수부지(高水敷地)        한강 시민 공원을 더러 ‘고수부지’라고 한다. 1980년대 중반에 한강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느라고 둑을 쌓으니 둑을 따라서 펑퍼짐한 터가 생겼다. 이 터를 일컫는 ‘고수부지’란 말이 신문과 방송에 널리 쓰였다.    그런데 ‘고수부지(高水敷地)’란 본디 ‘물이 차 올랐을 때[高水位]만 물에 잠기는 하천의 빈 터’로, ‘고수(高水)’는 ‘고수공사(高水工事), 고수로(高水路)’ 같은 토목 용어에서 나온 말이고, ‘부지(敷地, しきち)’는 '비어있는 터'를 일컫는 일본 한자어이다.   이렇듯 고수부지는 일본식 한자의 조합이란 비판 때문에 서울시는 ‘한강 시민 공원’이란 표지판을 세웠다. 그러나 이 이름은 터의 이름이 아니라, 그 기능(용도)에다 초점을 맞춘 이름이다.      이에 대한 순 우리말로는 ‘둔치’란 말이 있다. 예로부터 ‘물가의 언덕’이나 ‘큰물이 날 때만 물에 잠기는, 호수나 강의 가장자리’를 ‘둔치’라 일컬어 왔다. 이러한 ‘둔치’를 살려 ‘한강 둔치(마당)’ ‘금강 둔치’ ‘낙동강 둔치’하면 좋은 이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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