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계시겠습니다 김정식  (Homepage) 2012-04-10(화) 07:33:52, 3454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사람의 언어 행위를 사물화(事物化)하여 표현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화 드리겠습니다.”, “전화 올리겠습니다.” - 올리기는 어디로 올려? 전화가 무슨 기호품인가? 음식물인가?   “축하 드립니다.”, “인사 말씀 올립니다.” 전화, 축하 인사 등 모든 말씀이 윗사람에게 올리는 진상품(進上品)이 되고 말았다.      예의를 하도 숭상하는 민족이니 이 정도까지는 한국적 겸양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아예 의인화하여 “회장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하는 데까지 발전하였다. 공손이 지나치면 아첨이 되는 줄 모르는지……. ‘말씀’은 ‘말하다’를 뜻하는 동사에서 나온 것이니, 이는 “회장님께서 말씀하시겠습니다.”나, “회장님의 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로 고쳐 쓰는 것이 옳다.   “선생님, 내일은 시간이 계시겠습니까?” 라는 말도 “선생님, 내일은 시간이 있으시겠습니까?”로 써야 할 것이다. ‘시간’에까지 존대의 말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거짓말시키다 ⇒ 거짓말하다   “너는 거짓말시키는 못 된 버릇이 있어.”, “제가 왜 선생님께 거짓말시키겠습니까?” 이처럼 자신의 행위를 제 삼자의 행위인 것처럼 나타내는 이상한 표현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   ‘거짓말시키다’는 남에게 거짓말을 하게 하다는 뜻이다. 거짓말을 한 장본인이 짐짓 자신은 거짓말을 한 당사자가 아니고, 거짓말을 하도록 시킨 사람일 뿐이라고 시침을 뚝 떼는 뻔뻔스러운 말투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사회의 한 단면이랄까!   이 말은 “너는 거짓말하는 못 된 버릇이 있어.”, “제가 왜 선생님께 거짓말을 하겠습니까?”로 말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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