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다’와 ‘푸르다’ 김정식  (Homepage) 2009-04-20(월) 11:57:03, 3013

미국에 사는 교포 어린이가 방학이 되어 부모와 함께 서울에 왔다. 찻길을 건너려고 기다리는데, 신호등만 쳐다보던 그 아이가 소리를 쳤다.   “아, 초란색이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초란색이 아니고 초록색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남의 나라에 가 살면서도 2세에게 모국어를 바르게 가르치려는 그 부모도 훌륭하지만, 비록 서투를망정 고국의 말을 쓰려는 아이도 참 대견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색깔의 이름은 우리말이면서 ‘초록’은 한자말이라는 데에 있다. 초록(草綠)을 뜻하는 우리말은 본디 없었던가? 그럴 리가 없다. 우리가 보는 자연에서 가장 흔히 보는 것이 하늘색이고, 그 다음이 풀과 나무의 색깔이 아닌가!      초록의 본래 우리말은 ‘푸른빛, 푸른색’이다. 이 ‘푸르다’는 ‘풀’에서 나온 말이다. ‘푸르다’의 옛말은 ‘프르다’였고 이 ‘프르다’는 ‘플[草]+다’의 조어 구조로 된 것이다. ‘푸성귀, 푸새’ 등도 ‘풀’에서 파생된 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하늘빛인 ‘파란색’과 풀의 ‘푸른색’을 구별하지 않고 써 왔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푸른 하늘 은하수 ….>들은 잘못된 표현이고, <푸른 산 저 너머 새파란 고향 하늘 ….>이 맞는 표현이다. ‘산은 푸르고 하늘은 파랗고….’, 이것이 바른 우리말이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준말 유감
다음글 :	이름 이야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