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에 대한 의문들- 이런 생각1 김영국  (Homepage) 2021-12-05(일) 19:44:38, 17916

할 일이 없으니 별 생각을 다해본다. 좀은 엉뚱하고, 좀은 유치하고 그리고 좀은 위험한 그런 생각을 한다. 어디에서 내놓고 말하기에는 민망하기도 하고, 돌 맞을 것 같기도 하여 마음속에만 두고 있으니 속이 편치 않다. 덜 익은 대로 나의 대숲 ‘교육사랑’에 마음 놓고 풀어놓으려 한다. 그래야 먼 길 채비하는 늙은이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질 것 같다. 양해 있으시길....... 공정에 대한 의문들-이런 생각1 대선을 앞둔 지금 이 땅의 화두는 ‘공정’이다. 공정하기만 하면 나머진 다 깽판 쳐도 괜찮다는 분위기다. 감성적이고 극단적인 우리 국민성의 일단이 또 도지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1. 어떤 사회가 공정한가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르다는 뜻이다. 공평의 공公은 사私와 대립된다. 평平은 평등이다. 여기서 올바르다는 것은 법을 어기지 않는 다는 뜻일 터이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정 개인에 치우치지 않고 평등하게 사는(또는 경쟁하는) 세상이 공정한 사회일 것이다. 2 공정한 사회는 가능한가 공정한 사회의 전제는 그런 사회의 바탕이 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런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을까. 흔히 공정사회를 경주에 비유한다. 기울지 않은 운동장에서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시각에 출발하여 법을 지키며 경쟁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말한다. 과연 그게 공정한가. 체격, 체력, 재능, 여건이 각기 다른데 그걸 다 무시하고 출발선만 맞추면 그게 공정한가. 이를테면 형제자매도 외모 성격 재능이 각기 다르다. 거기에 장애인도 있을 수 있다. 이들에게 법에 따라 유산을 똑같이 나누는 게 공정할까. 이 모든 차이를 감안한 법과 제도를 갖춘 사회라야 공정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법과 제도가 가능하겠는가. 설사 가능하다 한들 운칠기삼運七技三은 어찌 할 것인가. 저 7이나 되는 운은 누가 관장하는가. 인간의 영역이 아니지 않은가. 3. 생태계는 공정한가 생태계는 태초부터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 따라 유지되고 있다. 사자는 약한 동물을 입맛대로 잡아먹는다. 그런데 사자를 잡아먹는 동물은 없다. 이 질서가 공정한가. 대장 수사자는 암사자들을 독점한다. 많은 일반 수사자는 평생 교미 한 번 못해보고 그래서 자기 유전자를 남기지도 못하고 죽는다. 공정한가. 뻐꾸기는 뱁새의 둥지에 알을 맡기고, 뱁새는 그것도 모르고 자기 알, 자기 새끼를 두고 뻐꾸기 새끼를 먹여 살린다. 어미 뻐꾸기나 새끼 뻐꾸기는 인사도 없이 떠난다. 이게 해마다 반복된다. 사회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꿀벌의 사회는 공정한가. 여왕벌 수벌은 놀고먹는데 일벌은 죽어라 꿀만 모우다가 죽는다. 그 일벌도 20%만 열심이고 80%는 게으르다. 개미도 비슷하다. 공정한 사회인가. 38억 년 전 생명체가 이 지구에 등장한 이래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이 질서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4. 인간은 다른 생물에게 공정한가 인간의 장수와 건강을 위해 실험실에서 수많은 초파리와 생쥐를 죽이고 있다. 자기가 낳은 자식에게 자기 젖을 먹이지 않고 소의 젖을 먹이고 있다. 우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막 출산한 젖소와 그 새끼에게 인간이 어떤 짓을 하고 있는가. 양계장에 닭을 키우는 광경을 보았는가. 그렇게 키운 닭을 컨베이어 벨트에 얹어 상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았는가. 뿐인가. 자연 수명 10년이 넘는 닭의 고기가 늙으면 질기다며  불과 2~3개월 된 영계를 찾는다. 이러고도 인간이 공정을 얘기할 자격이 있는가. 자기들끼리만 공정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공정한가. 5. 공정이 최선인가 공정사회에서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같은 보수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1년차든 30년차든 똑같은 봉급을 주는 것이 최선인가. 망치를 두드리는 목수와 판사는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가. 4번 타자는 모두 똑같은 연봉을 받도록 강제해야 하는가. 공정을 위해서 객관식 일변도의 시험을 쳐야 하는가. 사정관의 주관적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 또는 입시 부정을 막기 위해서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려야만 하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력 문제해결력 협동성 등 다양한 능력과 인성이 요구되는데 암기력 하나로 전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우는 수능과 정시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 객관식 지필평가 위주로 공정하게 뽑은 경찰이 칼 든 현행범을 보고 달아났다. 공정이 최우선의 가치인가. 6. 자연의 질서 vs 인간의 질서 생태계의 약육강식의 질서와 인간계의 공정의 질서 중 어느 것이 더 현명할까. 인간도 처음에는 생태계의 일부로서 생태계의 질서를 따랐을 것이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를 자처하며 일반 동물과 다른 도덕과 윤리, 법과 제도를 갖춘 사회를 만들었다.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는 공정사회를 추구하게 되었다. 신분제 철폐, 남녀평등, 법치주의 등이 그 일환일 것이다. 일부일처제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제도 덕분에 못난 사람도 약한 사람도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기 유전자를 후세에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인구는 폭발하고 생태계는 파괴되어 지구의 종말을 걱정하고 있다. 반면 자연의 생태계는 나름의 질서에 따라 개체수를 조절하며 수십 억 년을 살아오고 있다. 지속성의 측면에서, 인간이 개발한 공정의 질서가 일견 야만스런 저 자연의 질서보다 현명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Life is not fair. Get used to it - Bill G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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