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대박일까- 이런 생각6 김영국  (Homepage) 2022-03-27(일) 08:40:49, 27024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남북에서 불리고 있는 민족의 노래다. 여기서 ‘통일’은 어떤 통일일까. 적화통일, 연방제통일, 자유민주통일 중 어떤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각기 다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런 생각 없이 ‘무조건 통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그러나 통일은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통일은 우리 민족을 더 잘살게 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통일은 평화통일, 자유민주통일이다. 독일의 통일 방식이다. 동독이 무너지듯 북한이 스스로 붕괴될 때에나 가능하다. 어느 날 문득 광복이 찾아왔듯, 그렇게 통일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꿈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한반도에 꿈의 세상이 펼쳐질까.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정치 사회가 안정되고, 안보 걱정 없이 평화롭게 사는 그런 나라가 될까. 그렇게만 된다면, 통일이 과연 대박이겠다. 독일 통일 당시 서독의 일인당 GNP는 15,000불, 동독은 10,000불이었다. 동독은 당시 동구권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고, 1가구 1차량 정도의 수준이었다. 서독 인구는 동독의 4배, 경제규모는 6배였다. 산수 수준으로 계산하면 서독인 4명이 동독인 1명에게 5000불을 매년 도와주면 서로 비슷한 수준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남북한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경제규모는 80배 정도, 일인당 GNP는 대충 35000 대 1500, 인구는 2배다. 남한 사람 2명이 북한 사람 1명을 책임져야 한다. 대체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고, 몇 년을 그래야 할까. 아무리 도와 줘도 그들은 과거와 비교하지 않고 남한 사람들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불평할 것이다. 그리고 동독과 달리 북한의 사회기반시설은 조선시대 수준이다. 이래저래 북한은 밑 빠진 독이다. 부어도 부어도 끝이 없을 것이다. 결국 남북은 경제적으로 공도동망共倒同亡할 수밖에 없다. 통일이 되면 한반도는 드디어 하나가 되어 정치 사회가 안정될까. 통일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독일을 보면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동서독은 분단 45년, 통일 후 30년, 서독은 무려 3000조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동독 출신 총리도 배출했다. 그런데도 동독인은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에 젖어 산다. 서독인은 동독인을 게으르고 고마워할 줄 모른다고 좋게 보지 않는다. 정신적 통일은 까마득하다. 우리는 분단 80 년이다. 내내 총부리를 서로 겨눈 세월이었다. 극도로 이질화된 남북이 갑자기 하나가 되면 그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도 동서 내지 좌우로 양분되어 사사건건 사생결단인데, 여기에 북한이 끼어들면 영락없는 신라 백제 고구려다. 북한 주민들은 똘똘 뭉쳐 때로는 어부지리를 노리고, 때로는 캐스팅 보터로서 두 진영의 해묵은 싸움을 부추길 것이다. 선거 때마다 양 진영은 2천만 표를 두고 선심 공약 경쟁을 벌이는 등 ‘갈등 공화국’의 갈등지수는 빅뱅처럼 폭발할 것이다.   통일이 되면 전쟁 걱정에서 자유로워질까. 국방비는 줄어들고, 병역의무도 사라질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의 주적은 동족 북한이 아니라, 바다 건너 일본이 아니라, 세계 최강을 넘보는 중국이 된다. 북한이라는 완충지역이 사라진 것이다. 이리 피하려다 늑대 만난 형국이다. 지금의 국방비로는 어림도 없다. 지금의 병력으로는 엄두도 못 낼 판이다. 중국의 영토 야욕은 유별나다. 시진핑을 비롯한 역대 중국 지도자들은 한국은 그들의 속국이었고 그래서 되찾아야 한다고 공공연히 떠든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의 <예정된 전쟁 Destined for War>에서 중국은 홍콩 편입, 대만 점령 다음에 한국을 예속화하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미국은 점점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가고 있다며 우려했다. 작금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왜들 ‘통일’ ‘통일’ 하는가. 남과 북이 한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민족은 반드시 한 나라가 돼야 하는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 중 하나가 민족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한 민족인데도 따로 산다. 이산가족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제 6.25 때 이산된 가족은 거의 다 돌아가셨다. 전쟁 걱정 때문이라고 한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통일이 되면 중국과 맞서야 한다. 북한 주민을 구휼하기 위해서 통일해야 한다고도 한다. 지금 남한은 그럴 능력이 없다. 통일이 되면 북한의 지하자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에 의하면 짜드라 큰돈 될 만한 자원이 없단다. 북한의 노동력을 들먹이기도 한다. 오랜 사회주의 체제에 젖어온 북한 주민들의 노동생산성은 형편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한 사람과 동등한 임금을 요구할 것이고, 시민단체는 그렇게 부추길 것이다. 저임금에도 말 잘 듣는 외국인 노동자를 써오던 기업의 경쟁력은 급전직하할 것이다. 분가했던 형제가 10~20 년이 지난 뒤 합가하면 한 지붕 두 가족은 행복할까. 서로 다른 생활 방식, 현격한 소득 격차에 따른 크고 작은 문제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화기애애하게 덮거나 풀어갈 수 있을까. 80년 동안 주적 관계에 있던 남북을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문제를 따져보지 않고, 통일이 지상과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철 지난 민족주의자, 표만 노리는 정치꾼들의 위험한 탁상공론일 뿐이다. 일정 기간 동안, 남북이 친척처럼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북한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스스로 정신을 차려서, 제2의 중국, 제2의 베트남의 길을 가는 것이다. 그리고 남북이 이웃나라로, 우호적인 이웃나라로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월 속에 동질성을 회복하고, 쌍방이 통일을 감당할 만한 능력을 갖추었을 때, 그때 비로소 통일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게 민족이 살 길이다. 돌 맞을 각오로 말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다.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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