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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 이름을 바꾸면 안 될까-이런 생각7

김영국 (Homepage)	2022-04-10(일) 20:05:53, 29028

한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으레 그 알파벳부터 익힌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어가 쉽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글은 배우기가 가장 쉬운 문자로 평가 받고 있다. 다만 한글을 배우는 입장에서 한글 배우기의 첫 관문인 알파벳 앞에서 주춤거릴 것이다. 자음의 까다로운 이름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지레 겁먹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있을 성싶다.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그 이름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음의 이름은 받침도 없고 한 음절이다. 그래서 읽기도 외우기도 쉽다.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반면에 자음은 글자 수도 많고 두 음절씩인데다 발음도 어렵다. 당연히 외우기가 부담스럽다. ‘기역 니은 디귿 리을.......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 이걸 순서대로 정확하게 발음하고 표기하는 한국인도 많지 않을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자모의 이름이 나와 있지 않다. 세종대왕이 글자를 만들고 각 글자의 음가, 만든 원리, 사용법 등을 설명하였다. 그런데 글자의 이름을 따로 밝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해례본의 표기로 보아 그 글자를 어떻게 불렀을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기역을 설명하는 문장은 ‘ㄱᄂᆞᆫ’으로 시작된다. 조사 ‘ᄂᆞᆫ’으로 미루어보아 기역의 이름은 모음으로 끝나고, 그 모음은 양성이거나 중성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창제 당시 ‘ㄱ’의 이름은 ‘기역’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양성모음의 기본자인 아래 아‘ㆍ’나, 중성모음 ‘ㅣ’로 끝나는 이름이어야 한다. 여러 가지 근거로 중성이었을 거라고 추론한다. 그러니까 ‘ㄱ’의 당초 이름은 ‘기’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기역’이라는 이름은 누가 언제 지었을까. 그건 몰라도 그 이름을 우리에게 처음 알려준 문헌은 알고 있다. 1527년에 간행된 최세진의 한자학습서 ‘훈몽자회 訓蒙字會가 그것이다. 거기에 자음의 이름을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밝혀놓았다. ’其役尼隱池末梨乙......‘ 등 초성과 종성에 함께 쓰는 8글자는 두 음절이고, 초성에만 쓰이는 자음은 ’키 티 피 치.......‘ 등 한 음절로 되어있다. 그런데 근대에 맞춤법을 제정하면서 ’ㅊㅋㅌㅍㅎ‘을 받침으로 사용하게 되고 그 이름도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 두 음절로 개명하였다.

자음 이름을 만든 원리는 ‘이으’를 기본 틀로 하였다. 첫 음절의 초성과 둘째 음절의 받침에 그 글자를 넣어서 그 글자의 이름을 만들었다. 이 원칙에 맞지 않는 글자가 세 개 있다. 기역, 디귿, 시옷이 그것이다. ‘기윽’인데 ‘윽’ 음을 가진 한자가 없어서 부득이 ‘役역’을 쓰고, ‘디읃’의 ‘읃’을 한자로 쓸 수 없어 ‘귿末’, ‘시읏’의 ‘읏’ 대신 ‘옷衣’를 썼을 것이다. 맞춤법을 만들 때 본디 이름으로 돌리지 않은 것은 옥에 티였다.

한글 자음의 이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역 디귿 시옷’을 ‘기윽 디읃 시읏’으로 바꾸어 훈몽자회 간행 당시의 이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창제 당시 이름으로 추정되는 ‘기니디리......키티피히‘로 바꾸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문헌에 근거를 둔 이름이긴 하나, 두 음절인데다 발음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두 번째 방법은 창제 당시의 추정 이름인데다 한 음절이라 발음도, 외우기도 쉽다. 다만 ‘이’가 평순모음이라 발음하기가 비교적 수고롭다. 그리고 초성의 음이 명료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세 번째 방법은 한 음절이면서, 발음하기 편안하고 초성의 음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모음 ‘ㅏ’를 그 자음에 결합하는 것이다. ‘ㄱ’에 ‘ㅏ’를 붙인 ‘가’를 ‘ㄱ’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미 친숙해진 이름이다. ‘가나다라.......차카타파하’

이렇게 자음 이름을 바꾸면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나 우리 초등학생들에게 큰 짐 하나를 덜어주는 셈이 된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문자로 각광받고 있는 우리 한글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것이다. 한글 자모 24 자를 다음과 같이 나열하여, 거기다 예쁜 곡을 입혀 읽고 외우도록 하면 익히기가 얼마나 쉽고 재미있겠는가.(송창식의 노래 ‘가나다라’도 있고, 최근엔 박재범 아이유의 ‘가나다라’도 나왔다.)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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