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열쇠16 - 스토아철학 김영국  (Homepage) 2024-01-16(화) 09:59:34, 59268

철학이 행복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스토아철학은 가능하다. 그 철학이 추구하는 평정심(마음의 평화)이 곧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학은 일반대중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학문이 아닌가. 스토아철학은 일상생활을 대상으로 하는 실천철학이라 어려운 배경지식이 필요 없다. 이 철학의 창시자 제논은 그리스의 상인이었다. 재물을 잃은 괴로움을 다스리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마음공부가 이 철학의 시작이었다. 이 철학의 세 거장도 전문 철학자가 아니다. 에픽테토스는 노예 출신이고, 세네카는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으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황제였다. 이 밖에도 스토아철학자 중에는 권투 선수, 마라톤 선수, 교사 출신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남긴 학문적 성과도 난해하고 고답적인 철학책이 아니다. 일기 형식(명상록), 편지글, 수필 등으로 남아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가 있다. 70년대 고교 2학년 국어책에 실렸던 <페이터의 산문>(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스토아철학이었다. 2018년 영국 엑서터대학에서 대규모 온 라인 실험을 시도했다. ‘행복해지고 싶으세요? 일주일 동안 스토아철학자처럼 살아보세요.’라는 제목으로 실험참가자를 모집했다. 무려 70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매일 스토아철학책을 읽고 토론하며 스토아철학자처럼 살려고 노력했다. 대학에서는 일주일 동안 지켜야 할 5 원칙을 좌우명으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스토아철학의 바탕이다. 1. 인생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라. 2. 나의 감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내 관점의 산물이다. 3. 모든 사람에게 그러하듯 때때로 나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4. 나는 한 명의 고립된 개인이 아니다. 나를 인류의 일부 또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라. 5.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단순히 누군가가 빌려준 것이며, 언젠가는 돌려줘야 한다. 실험이 끝나고 참가지의 행복 수준의 변화를 측정했다. 부정적 감정이 평균 14% 감소했고, 긍정적 감정은 10% 증가했다. 삶의 만족도는 평균 13% 증가했다. 가디언의 기자 브리지드 딜레이니도 위 실험에 흥미를 느껴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하였다. 실험 결과도 결과려니와 자신의 내부에 일어난 변화가 예사롭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본격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 실험을 계속하기로 했다. 과연 코로나 펜데믹과 개인적인 어려움을 견뎌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이 경험을 기록한 <불안을 이기는 철학>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윌리엄 B. 어빈 교수는 스토아 철학을 이용하여 일상을 보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다. <좌절의 기술>에서 “좌절을 피할 수는 없지만 좌절을 잘 다룰 수 있는 스토아철학의 지혜로, 세상을 더 낫게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자신의 인생만큼은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마주치는 좌절의 상황을 2000년 전 스토아철학자가 미리 출제해둔 시험문제로 받아들여 게임하듯 재미있게 대처했다.(졸문 ‘짜증의 기술’ 교육사랑 335) 우리 시대 대표적 사상가로 꼽히는 라이언 홀리데이의 <데일리 필로소피>는 1년 365일을 스토아철학으로 살아가는 지침서로 읽히고 있다. 제임스 스톡데일(1923~2005)은 미국 해군 장교로 베트남 전에서 포로가 되었다. 혹독한 고문과 90cm x 275cm의 독방 생활을 견뎌내고 8 년 만에 생환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심리학 용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그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던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허황된 낙관주의자라고 답했다. 아무 근거도 없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다가, 그날이 지나면 부활절을 기다리고, 다음엔 추수감사절, 그리고 또 크리스마스....... 이렇게 실망을 거듭하다가 제풀에 꺾이고 말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스톡데일은 엄혹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반드시 이겨내고 말겠다는 신념과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냈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긴 시간, 그를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스토아철학이었다. 스탠퍼드대학원 시절 우연히 입수한 에픽테토스의 저작물을 통해 스토아철학을 만난 것이다. 특히 그에게 힘이 되어준 가르침은 ‘통제 범위를 벗어난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용 써봐야 힘만 들고 마음만 상하는 일에는 아예 관심을 끄라는 스토아철학의 가르침이 그의 생명을 구해준 것이다.(졸문 ‘바꿀 수 없는 세 가지’ 교육사랑 399)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 맥 도시 등 저명한 기업가들을 비롯한 수많은 일반대중들이 스토아철학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그에 힘입어 스토아철학서들이 잇달아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000 년을 훌쩍 건너뛰어 스토아철학은 다시 한 번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그 시대에 비해 생존의 위협은 현저히 줄어들었으나 현대 사회는 인간의 정신을 극한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에 현대인의 눈은, 자연스럽게 평정심을 추구하는 스토아철학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일반 종교와 달리 이 철학에는 신도, 경전도, 성직자도 없다. 계율로 구속하지도 않고, 교회나 사찰에 의무적으로 출석할 필요도 없다. 물론 헌금이나 시주의 부담도 없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죽음과 기독교의 출현에 밀려 쇠퇴했던 스토아철학이 현대의 탈종교 추세에 맞물려 부활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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