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열쇠18 - 운동화 신기 김영국  (Homepage) 2024-03-09(토) 14:57:19, 42209

운동이 기분 전환의 열쇠가 된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다.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경험해보았고 그래서 활용하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앞선 글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여기 새삼스럽게 소개하는 것은, 왜 그렇게 되는지 그 원리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원리를 이해하면 막연히 알고 있는 것보다 실천 의지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뇌과학 영역을 내가 감히 넘보는 데는 다음 두 책의 도움이 컸다. 제니퍼 헤이스의 <운동의 뇌과학>과 크리스턴 윌리마이어의 <브레인 리부트>가 그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제한돼 있었다. 그래서 가장 복잡한 이 장기에 대한 연구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영상과학기술의 발달로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뇌를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게 되고, 그에 힘입어 뇌과학 연구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브레인 리부트’라는 책 제목이 연구의 성과가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저자 크리스턴은 20년 넘은 연구 끝에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누구나 자신의 뇌를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과거에 어떤 잘못된 선택을 했어도 언제나 개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브레인 리부팅의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운동’을 콕 집어 권장했다. 운동이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새로운 뉴런의 수를 두 배 혹은 세 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운동이 뇌를 자극하여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를 생성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BDNF는 우리를 더 행복하고 낙관적으로 느끼도록 돕는 신경생성을 조장하는 분자이다. <운동의 뇌과학> 저자 제니퍼 헤이스는 극적인 경험으로 자기 전공분야를 바꾼 사람이다. 그녀는 인지신경과학자였다. 강박장애로 고생하던 중 출산 육아 과정에서 그 장애가 심화되었다. 전공을 살려 나름의 연구로 처방해보았으나 별무효과였다. 어느 날 친구와 사이클을 타고 8km의 오르막길을 악전고투하여 정상에 올랐다. 그 순간 마음의 완벽한 고요와 몸 전체의 이완이 찾아왔다. 그 상태가 일정 시간 유지되며 강박장애가 잦아들었다. 운동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급기야는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여 완주하였다. 그 사이에 강박장애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 후 그녀는 운동을 뇌과학에 접목하여 운동으로 정신건강을 회복하고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2013년에 설립한 뉴로핏연구소 Neuro Fit Lab에는 여러 재단으로부터 백만 달러가 넘는 지원금이 답지했다. 운동이 행복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원리는 간명하다. 운동을 함으로써 뇌의 혈류량이 많아지고 덩달아 산소 공급이 늘어난다. 활성화된 뇌는 각종 신경전달물질(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가바GABA, 노르아드레날린 등)을 생성 분비함으로써 기분이 고양되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이다. 제니퍼 헤이스는 운동이 일시적으로 기분만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종 뇌 관련 질환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테면 우울증은 일주일에 3회 이상의 운동(1회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으로 그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운동을 통해 생산된 젖산이 해마로 이동해 BDNF를 생산함으로써 알츠하이머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 연구 이전에는 뇌 관련 각종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은 약물밖에 없었다. 약물의 내성 때문에 약물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급기야는 중독에까지 이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위장장애 수면장애 두통 등을 야기하고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까지 유발한다. 운동요법은 약물과 비슷한 효과를 보이면서 부작용이 없다. 부작용이 없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체력 증진, 두통 해소, 숙면 유도 등의 덤까지 챙기게 되니, 운동은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 오조의 치유법이 된다. 노벨의학상은 이런 연구에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운동과 뇌 사이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비단 뇌 관련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만 아니라 건강인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다. 개인의 컨디션이나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시도 때도 없이 기분이 다운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감정 상태가 된다. 그럴 때  사람들은 대체로 웅크리거나 감정을 놓아버린다. 그러면 다운된 기분은 더 깊어지고, 감정은 폭발하여 사태를 악화시킨다. 이제 이런 상황에서 운동의 매직을 활용하자. 다운 상태에서는 “하나, 둘, 셋!” 하며 발딱 일어나자.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예기될 때는 심호흡을 세 번 하자. 그리고 일단 운동화를 신고 대문을 열자. 이때 대문은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관문이다. 단 5분이라도 몸을 움직이자. <운동의 뇌과학> 원제原題를 되뇌면서. "Move the body, heal the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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